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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적 답변·동문서답… 쿠팡, ‘정보유출 사태’ 안이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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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

승인 : 2025. 12. 17. 18:00

'핵심 3인방' 빠진 맹탕청문회
"질문 이해못했다" "보상안 검토 중"
로저스, 의원질의에 불성실답변 반복
김병기-박대준 오찬 회동도 도마위
與 "정쟁 말라" 野 "인사 청탁 확인"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에는 통역사가 배석해 있다. /송의주 기자
쿠팡 청문회가 이른바 '핵심 3인방' 없이 맹탕 청문회로 열렸다. 쿠팡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제한적 이슈'로 축소하기에 바빴다. 이에 여야는 국정조사 등 엄중 조치를 예고하며 질타를 쏟아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태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 등 이른바 '핵심 3인방'이 불출석한 가운데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아냈다.

우선 쿠팡 주요 임원들은 위원들의 질의에 '동문서답'하는 태도를 지적받았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의장 소재지를 묻자 로저스 대표는 "말씀하신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도 "쿠팡 한국법인 대표로서 모든 질문에 답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쿠팡 최종 의사결정자인가'라는 질문엔 "내가 한국 대표, 김 의장이 미국 쿠팡Inc 의장"이라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답변 중 시간을 끄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로저스 대표에게 김 의장 불출석 사유를 묻자 "질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자리에 나와 질문에 답변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례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에 핵심 증인이 출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청문회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앞세워 회피하는 쿠팡의 태도가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청문회 하루 전 급하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도 지적이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해당 사고 대상이 됐던 데이터는 민감도 측면에서 중대한 사고로 규정되지 않아 증권위 대상으로 한 공시의무는 없다"면서도 "미국 투자자들이 정보비대칭을 겪으면 안 되는 만큼 공시했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상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책임자(CISO)는 내년 상반기에 대만에 도입한 패스키를 한국 시장에 도입할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국정감사 직전 박대준 쿠팡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것을 두고 질의를 해 청문회가 여야 '정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피감기관 대표를 만나 인사청탁했다는 내용이 있다. 확인하고 가자"며 김 원내대표를 증인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현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정쟁 도구로 삼지 말자"고 받아쳤다. 최 위원장도 "언론 보도만으로 정치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맹탕 청문회'에서 보여준 쿠팡의 소극적인 태도에 국회는 '끝장을 보자'며 압박 공세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과방위는 청문회와 달리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는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또 정무위원회에서도 김 의장을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민주당은 해외 일정으로 국회 출석이 어렵다는 김 의장을 겨냥한 '쿠팡김범석 입국 금지법'을 발의했다.
이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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