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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삼키는 제방 피해 급증…“홍수 원인 다각도 분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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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2. 18. 16:11

피해 일상화…설계빈도 상향 必
수공구조물 모니터링 및 예측 모델링 강화
4대강 보 치수 기능도 살펴야
산청군 폭우 여파<YONHAP NO-1803>
지난 7월 20일 경남 산청군 한 마을 하천에 전날 내린 폭우 영향으로 농기계 등이 빠져 있다./연합
최근 5년간 홍수로 인한 재산피해가 급격히 불어난 가운데 하천 '제방' 손실이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수공구조물에 대한 과학적 모니터링 및 보강을 추진하고, 고해상도 관측체계와 레이더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하천안전팀이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을 통해 집계한 '최근 10년 제방 피해 현황(2016~2025년)'에 따르면 제방 호안블럭 파손, 제방 누수, 제방 옹벽 파손, 제방 유실 등 하천 제방 피해는 총 202건에 달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사이 피해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미미했던 제방 피해 건수는 2020년 68건, 2021년 4건, 2022년 7건, 2023년 35건, 2024년 22건, 올해 61건으로 증가됐다.

문제는 제방이 유실되면 강물이나 하천물이 농경지 등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마을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대형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제방 피해에 대한 통계 기준도 재난당국간 상이하다는 문제가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피해 조사 후 확정을 하고, NDMS에 통보해주는 시스템인데,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올리는 (피해) 데이터들도 있다"며 "이를 판별하는 기준이 없어서 추출 방식에 따라 피해 건수도 일부 달라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행법상 피해 지역에 대한 홍수피해상황조사를 통해 원인 규명을 하는데, 주된 피해 증가의 원인을 설계 빈도와 제방고를 넘어선 집중호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뜯어보면 홍수 피해를 키운 원인은 강우 외에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올해 경남 산청군의 경우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가 내렸고, 사흘 간 7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제방이 붕괴됐다. 앞서 이 지역은 대형산불이 지나가며 지반이 약화된 데다, 특히 제방이 붕괴된 곳은 신등천 등 하천 2개가 만나는 지점이고 양천강이 곡선 형태를 띠고 있어 힘을 크게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한 사례가 과거 상습 침수지인 여주 신륵사와 대구 화원 유원지다. 4대강 보가 만들어지기 전 이 지역은 잦은 침수를 겪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각각 강천보와 강정고령보가 있기 전에는 상습 침수지였지만 보가 생김으로 인해서 침수 방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가 곡류하천의 공격면 범람을 막고 물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며 보가 치수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많은 비가 예측될 경우 사전에 보의 유량을 조절해 홍수를 방지하기 때문에 16개 개별 보의 이수·치수 편익을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최근에는 반복되는 홍수·가뭄 등에 잦은 수위 변동과 범람이 제방 취약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김원석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크게 물이 오르내리는가'가 강 제방을 구성하는 퇴적물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제방의 침식 속도와 이에 따른 강의 이동성을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제방 설계 등 인프라 정책에서도 장기적인 지형 변화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수자원학회에 따르면 최근 강우량 및 수위 관측소 계측 자료의 시·공간적 편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천 및 내배수 수공구조물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와 체계적인 보강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부에 따르면 현재 제방 침식 가능성을 높이는 토양 습윤, 농업 피해를 야기하는 염류 등과 관련한 위성데이터들도 수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 개방 정책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 수자원학회 관계자는 "수공구조물의 구조적 성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모델링, 원시·가공 데이터의 상시 공유·활용 체계를 연계하는 것은 홍수에 안전한 선순환적 대책 체계를 마련하는 중요한 토대"라며 "수공구조물 설계빈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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