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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64] 귀여운 도발 ‘도깨비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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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8. 18:02

(64) 도깨비바늘 그림
도깨비바늘
아름답고 돋보이는 색으로 치장한 각양각색의 꽃들, 곤충을 유혹하는 달콤한 향기와 맛난 꿀, 한껏 생명력을 뽐내는 짙푸른 녹색의 일렁임… 이 모든 것이 사라진 겨울 풍경은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사라지면 보이는 것들이, 비우면 채워지는 것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겨울 들녘의 쓸쓸함을 메워주는 억새와 갈대가 그들이다.

이 삭막한 환경을 이용해 호시탐탐 번식의 기회를 노리는 존재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도깨비바늘'이다. '도깨비바늘'은 일부 지역에서 '도깨비'라고도 불리는데, 한해살이풀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예쁜 노란꽃을 피운다. 가을이 깊어가면 사방으로 가시를 뻗친 열매를 맺어 사람이나 짐승이 지나갈 때 옷이나 털에 단단히 달라붙는다. 다른 식물들이 활동을 멈춘 시기를 기회로 씨앗을 멀리 이동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도깨비바늘이 허공을 향해 가시열매를 뻗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국 고사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연상된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강한 상대에게 덤비는 무모한 모습을 비유하는 말인데, 도깨비바늘의 이 당돌한 모습이 어찌 보면 귀엽고, 한편으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한껏 성깔 있게 도도한 모양새를 보이지만, 스치기만 해도 우수수 떨어져 나와 옷깃에 달라붙으니 말이다.

오늘도 풀숲에서 도깨비바늘은 가시를 세운 채 이렇게 도발한다. "뭐 어쩌라고? 덤빌 테면 덤벼!" 나는 웃으며 대꾸한다. "어쩌긴 뭘 어째! 멀리 옮겨주면 되지?" 도깨비바늘을 한 움큼 양손에 받아 양지바른 곳에 뿌려준다. "도깨비야! 내년에 또 만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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