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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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의 시사회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도영 감독과 배우 구교환, 문가영이 참석했다.
'만약에 우리'는 2018년 개봉한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각자의 현실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만남과 이별, 재회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축이 서사의 중심을 이루며,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되 인물의 직업과 삶의 조건을 한국 사회의 맥락 안에서 재배치했다.
김 감독은 '배우와 함께 완성되는 멜로'를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가 나에게 온 이유는 세대를 아우르며 공감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통과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연극처럼 결말을 알고도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드는 힘은 결국 배우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과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구교환과 문가영의 캐스팅 역시 이런 연출 방향에서 출발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서로에게 열려 있고, 상대를 수용할 줄 아는 배우들이었다"며 "현장에서 찍은 장면을 보며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구교환은 김 감독의 디렉션이 작품 선택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프레임 안에서는 문가영과 멜로를 만들고, 프레임 밖에서는 감독과 멜로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섬세한 디렉션을 받았다"며 "연애가 늘 서로의 감정을 100% 확신하며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짚어줬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만 혹은 감독에게만 주어지는 '비밀스러운 디렉션'이 장면을 살아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가영은 구교환과의 호흡에 대해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선배였고, 현장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촬영이 끝난 뒤에도 '배운 것들을 잘 써먹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흑백과 컬러로 나뉜 시간의 장치에 대해서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훗날로 이어진다고 느꼈다"며 "각 장면의 흐름과 감정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출의 주안점은 '균형'이었다. 김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과거를 이야기하는 구조에서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며 "과거가 현재를 만들지만 현재의 선택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해 구조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원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흑백 장치는 그대로 가져오되, 감정의 농도가 가장 높아지는 지점에서 전환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원작과의 차별점으로는 '꿈'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됐다. 김 감독은 "정원 역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꿈을 좇다 지치고 좌절하는 시기에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환 역시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그 꿈이 바뀌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작품에 대한 공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겼다. 구교환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면을 떠올리고,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가영은 "연인이 아니더라도 끝내지 못한 관계나 과거의 인연을 떠올려주는 영화가 된다면 감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만약에 우리'는 잘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라며 "우리는 누군가의 은호였고 누군가의 정원이었던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말캉해지는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만약에 우리'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