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3자 유증' 계획대로 진행
美 정부와 자원안보 청사진 현실화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 확보에 탄력
|
25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26일 미국 정부가 출자하는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유상증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미국 정부의 직접 참여와 제련소 사업의 공공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외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풍·MBK 측의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지배구조 재편이 목적이라기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투자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투자 구조를 보면 미국 전쟁부·상무부,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고, 향후 차입과 보조금까지 연계된 정책 패키지 성격을 띤다. 이번 유상증자의 가장 큰 변화는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참여한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 10.59%를 확보하게 되면서다. 그런 한편 고려아연도 해당 합작법인 지분을 9.9% 확보하고, 산하에 100% 자회사를 통해 제련소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택했지만, 사실상 미국 정부가 정책이나 수익성 변동에도 쉽게 이탈하지 않는 구조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 투자에 따른 정치·외교 리스크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을 확보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제련소 자체는 사실상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기술 유출 등의 우려도 불식했다는 평가다.
핵심은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국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적기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제련은 광산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단계지만, 환경 규제와 비용 문제로 미국 내 제련 역량은 오히려 축소돼 왔다.
고려아연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아연·연·은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미국 입장에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안이다. 미국 정부가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직접 자본을 투입해 합작 형태로 참여한 배경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고려아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단순히 국내 제련소를 운영하는 제조 기업에서, 글로벌 자원안보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략 기업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미국 제련소가 본격 가동될 경우 고려아연은 생산 거점 다변화, 기술 확산, 고객 기반 확대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다. 동시에 국내 제련소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되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호주 썬메탈코퍼레이션(SMC) 설립도 국내 온산 제련소를 고도화하는 계기가 됐던 바 있다. 이번 미국 제련소 건설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국내 생산물량을 국내 기업에 우선 공급하는 공급 안정 효과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로는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이 확보되면서 지배구조도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내년 정기주주총회부터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한 미 정부 측은 이사 지명권을 갖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측 11명, 영풍 측 4명으로 구성했다. 이사수를 19명으로 제한한 만큼, 현 지분율과 집중투표제 등을 고려하면 최 회장 측 이사 수가 과반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