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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인사” vs “배신행위”… 이혜훈 인사청문회 ‘난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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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기자

승인 : 2025. 12. 29. 17:56

민주 "李정부, 적재적소 원칙 따른 인사"
국힘 "동지 버려 참담"… 李후보자 제명
李대통령 "스스로 尹과 단절의사 밝혀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송의주 기자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정치권은 때 아닌 정체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2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 후보자가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으로 윤 어게인을 주장하고 탄핵 반대를 한 점은 가볍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사청문회가 난타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날 이 후보자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탄핵반대 집회 등에) 따라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천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인) 것이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겪어본 정치인이다. 탄핵 찬반은 아주 중요한 이슈이며 정치인 실존적 결단이 담긴 문제"라며 "이 후보자에겐 인사청문회에서 동의해도 문제, 동의하지 않아도 문제인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며 지명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를 제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선 제명하고 배신행위라며 일갈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정부의 중도실용주의와 탕평인사를 반영한 것"이라며 "경제학 전공자에 KDI 연구원 출신으로 기재위에서 8년간 의정활동을 했던 경제예산 전문가다. 경제엔 여야·좌우가 따로 없다는 이 대통령의 관점에서 적재적소 원칙에 따라 이뤄진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던 내란 등에 대한 발언에는 본인이 직접 좀 더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며 "그 부분에 있어 단절 의사를 좀 더 표명해야 맞는 것 아닌가, 이 후보자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국민의힘은 '당성 부족' 인사들에 대한 조치가 미흡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군 현장 시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그간 보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하거나 해당 행위를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본다"며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부각된 국면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보여 온 경제 가치관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과 너무 맞지 않는다. 어떤 의도로 발탁했고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펼쳐갈지 지켜보겠다"며 "이 후보자의 장관직 수락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양지가 되면 자신이 가진 철학과 가치, 동지들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보수진영에선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탈영병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니다. 보수진영이 국민께 매력적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며 "와신상담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당정의 노림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출신 인사를 전격 기용해 '실용·통합'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야권의 결단력에 균열을 내 인적 쇄신을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또 예산·재정의 컨트롤타워 격인 신생부처 수장에 앉힌 만큼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공세에 방탄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 나온다.
이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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