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봉쇄 속 정전·물자난 심화…쿠바 체제 압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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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쿠바로 가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나 돈은 더 이상 없다. 제로(0)다"며 "너무 늦기 전에 거래를 하라"고 밝혔다. 그는 "쿠바는 수년간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와 자금에 의존해 살아왔다"고도 했다.
쿠바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쿠바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권 국가로, 누구도 우리가 무엇을 할지 지시할 수 없다"며 "쿠바는 공격하지 않지만 66년간 미국의 공격을 받아왔다. 조국을 끝까지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쿠바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다. 그러나 이달 초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력한 원유 봉쇄에 나서면서, 베네수엘라 항구에서 쿠바로 향하는 원유 선적은 중단된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과도정부는 최대 50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대금은 미 재무부 감독 계좌에 예치하는 2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논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언급한 '거래'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행정부의 최근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역 국가들을 미국의 질서 아래 두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도 베네수엘라 개입이 쿠바에 큰 압박이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시사해 왔다. 특히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가 한계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과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의 1959년 혁명 이후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쿠바는 수출 의사가 있는 어떤 나라로부터도 연료를 수입할 권리가 있다"며, 안보 서비스의 대가로 금전적·물질적 보상을 받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쿠바는 발전소와 차량 운행을 위한 원유와 연료를 주로 베네수엘라에서 들여오고, 일부는 멕시코에서 국제 시장을 통해 구매해 왔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정유 설비 가동 능력이 약화되며 공급이 줄었지만, 지난해에도 하루 평균 약 2만6500배럴이 쿠바로 수출돼 전체 원유 부족분의 약 절반을 메웠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바나에서 농산물을 파는 알베르토 히메네스(45)는 "트럼프의 위협은 전혀 두렵지 않다. 쿠바 국민은 어떤 상황에도 대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국적인 전력난으로 많은 주민이 하루 대부분을 정전 속에서 보내고 있다. 수도 아바나 역시 장시간 순환 정전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최근 멕시코가 쿠바의 대체 원유 공급국으로 부상했지만, 공급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공급량을 늘리지는 않았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변화로 멕시코가 중요한 공급국이 됐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쿠바의 정치·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쿠바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베네수엘라발 원유와 지원이 완전히 끊길 경우 디아스카넬 정부의 통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바나에 사는 주차 관리원 마리아 엘레나 사비나(58)는 "전기도, 가스도, 식량도 없다"며 "이 고통 속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도 빨리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