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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신뢰 잃은 ‘청정수소발전’, 정책 뒷받침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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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원 기자

승인 : 2026. 02. 02. 18:14

전력거래소
전남 나주에 위치한 전력거래소 전경/전력거래소
배석원 기자 증명사진
배석원 기획취재부 기자
정부 정책 변화가 반복될 때마다 시장은 휘청거린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태양광과 풍력, 원전 산업이 모두 그 과정을 겪었다. 정책을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해 온 기업과 관련 업계는 일관성 없는 정책 변화에 매번 혼란을 겪는다. 최근 청정수소발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정부가 청정수소 개설 물량을 확정하면,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철회했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을 다시 열 것으로 전망된다. CHPS는 청정수소 등을 활용해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가 장기간 구매해주는 제도다. 2022년 6월 수소법 개정으로 관련 근거가 마련됐다. 청정수소발전 입찰 공고는 2024년 5월 처음 시행됐다. 당시 한국남부발전이 낙찰되면서 15년간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남부발전은 삼척그린파워 1호기를 석탄·암모니아 혼소 방식으로 전환해 2043년까지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업계의 혼란은 이듬해부터 이어졌다. 전력거래소는 이듬해 4월 국내 발전사 등을 대상으로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 입찰 참가 요건과 입찰시장 방향을 설명했지만 그해 10월 돌연 입찰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의 석탄 배제 정책과 입찰 대상 요건이 맞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그야말로 급전지시 같은 조치에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석탄화력발전 혼소를 계획하던 한국동서발전은 최근 남부발전과 함께 추진하려던 '호주 중서부 청정암모니아 개발 사업'에서 빠졌고, 남부발전이 주도하던 이 컨소시엄도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과 어프로티움, 호주 현지 기업도 협력하고 있었다. CHPS 입찰 철회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성 평가에서도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할 만한 분석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한국남동발전이 석유공사와 추진하던 '영흥 청정암모니아 인수터미널 구축' 사업도 착공 단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향후 입찰 시장 방향을 지켜본 뒤 추가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향후 CHPS 추진 방향은 석탄을 제외한 수소전소와 수소·액화천연가스(LNG) 혼소 방식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계약을 뒤집는 정책 변동이 없다면, 역사적으로 2040년을 넘기는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소는 남부발전이 유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업계는 이후 석탄을 배제한 청정수소 입찰 시장이 열리더라도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혼재돼 있다. 우선 수소 공급은 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통상 계약이 체결되면 해외 수소 생산자들도 이에 맞춰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구조다. 필요할 때마다 수소나 암모니아를 조달 받기 어려운 구조다. 활용 구조 역시 복잡하다. 수소를 액화 상태로 운송해 들여오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환경 유지가 필요하다. 이 같은 저장·운송·추출 기술은 아직 산업적으로 충분한 성숙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관련 인프라도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난도의 수소 발전을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단계적 폐지를 앞둔 발전 설비에 청정수소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한다. 무엇보다 업계의 이런 우려에는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에너지는 신뢰가 생명이다.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에너지 산업에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결국 신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배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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