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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숲뿐만이 아니다, 과수원도 탄소를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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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2. 18:12

안현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장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는 탄소흡수원의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최근 사과와 감귤나무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흡수·저장하는지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준이 국내에서 처음 마련됐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사과와 감귤의 '탄소흡수계수'가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공식 등록된 것이다. 이는 과수원이 단순한 농업 생산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음을 숫자로 제시한 첫 사례다.

그간 우리나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탄소흡수량은 대부분 산림에 있는 나무만을 대상으로 산정돼 왔다. 과수원은 토양에 저장된 탄소만 일부 반영됐을 뿐, 나무 자체가 흡수한 탄소는 통계에서 빠져 있었다. 나무를 베어 무게를 재지 않고서는 그 안에 탄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계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은 사과와 감귤을 대상으로 줄기 둘레 변화와 바이오매스 증가량의 관계를 분석하고, 뿌리와 지상부 비율, 탄소 함량, 갱신주기 기준 탄소축적량 등을 종합해 과종별 핵심 계수 4종을 개발했다.

이러한 결과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연구 성과 개발을 넘어선다. 국제사회는 각 국가가 자국의 기후, 품종, 재배 방식 등을 반영한 고유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과와 감귤 탄소흡수계수는 농경지 부문에서도 이러한 국제 권고에 부합하는 산정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과수원의 면적과 나무 생육 정보만으로도 연간 탄소흡수량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으며, 국제적으로는 각국 특성을 반영한 '티어2 수준' 산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감귤 과수원은 약 18만9000톤(t), 사과 과수원은 약 17만2000t의 탄소를 나무에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산정된다. 감귤나무 한 그루당 약 12.4㎏, 사과나무는 약 7.2㎏의 탄소를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재배면적이 늘어날 경우 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사과와 감귤 재배면적이 각각 1000헥타르(㏊) 증가하면 감귤 과수원은 약 34만t, 사과 과수원은 약 26만톤t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승용차 수십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은 중요한 탄소흡수원이기도 하다. 이번 계수 개발은 그 조용한 기여를 사회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언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 과수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사과와 감귤나무가 맺는 것은 과일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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