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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쏟아지는 에너지 정책, 기후·환경 시너지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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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기자

승인 : 2026. 02. 03. 18:00

정순영증명사진
정순영 기획취재부 차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조직을 떼어 환경부에 통합시킨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러 싸우라고 합쳐놨댔는데, 환경과 에너지의 시너지 체감은 아직인가 보다. 대통령 취임 직후 RE100 산업단지와 차세대 전력망 계획 발표부터 시작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들은 이후에도 하루가 멀다고 쏟아졌지만, 환경과 에너지 키워드를 아우르는 새 조직의 방향점을 확인하기 힘들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이것저것 하겠다고 내놓긴 하지만 '에너지'와 '환경' 키워드는 여전히 따로국밥인 채, '기후'를 위한다는 대의명분마저 희미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후부의 정체성 중 하나인 탈탄소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산과 바다의 자연환경을 개발해야 하는 모순이 있다. 오히려 산업부와 환경부로 나뉘어있을 때라면야 산업진흥과 환경보호라는 정체성 안에서 싸우며 끝장토론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개발과 보호를 한 바구니에 넣고 문제를 해결하려니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의견 수렴 자체가 어렵다. 경제를 살리면서 환경을 지켜달라는 주문이 한 부처에 쏟아지니, 어느 한쪽의 말에 무게를 두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 매번 발생한다.

해상풍력 사업을 에너지산업을 살리고 환경개발을 최소화할 해법으로 밀었던 기후부는 갑자기 지난해 하반기 육상풍력 시장 입찰만 열어놓고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안보 인허가와 경제성 문제로 해상풍력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지만, 수십 년을 보호해 온 산허리를 파헤쳐야 하는 육상풍력을 환경부의 후신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주장해 온 김성환 장관 역시 기후·환경 문제에서 나아가 전기요금 인상과 원전 수출이라는 경제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신규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로 정책과 국민 간 온도 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통령실과 기후부가 주장해 온 원전건설 재검토에 대해 국민들은 원전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재생에너지 못지않게 중요한 에너지라는 의견을 내놨다. 원전 배제 기조를 이어가던 정부는 결국 신규 건설을 공식화했고, 국민에게 바통을 넘긴 기후부가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감정싸움만 부추긴 꼴이 됐다. 정부의 빠른 정책 추진력이 자칫 민심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선례와 함께, 정책 발표에 앞서 국민에게 어떻게 할지와 왜 해야 하는지를 설득할 충분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장 처음 걷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안정적이고 책임 없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새 길을 닦아보겠다는 정부의 의욕은 높게 살 일이다. 다만 길을 닦는 과정에서 도착점을 잘 향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있는지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정책 홍보에 치중한다는 오해를 살 필요 없다. 과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원전 폐쇄와 동해 가스전 개발이 불러온 후폭풍을 돌아보자. 정책 성과에 매몰돼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길을 잘못 잡는 순간, 부러진 영덕 풍력발전기처럼 거센 민심의 바람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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