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SAID 자금 지원 중단·보호소 포화로 국제기구 기능 마비
"먹고 잘 곳 없어 다시 범죄 소굴로 돌아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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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거리는 북부 오스마치 등 국경 지역의 스캠 단지에서 탈출한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DRC) 출신의 유가(가명) 씨는 "가짜 취업 알선에 속아 감금된 채 일하다 가까스로 탈출해 프놈펜에 도착했지만, 이틀 밤을 길거리에서 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제 구호단체 '카리타스'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머물고 있지만, 베개나 담요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맨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캠 피해자를 지원하는 유일한 시설인 카리타스 보호소는 이미 수용 한계치인 150명을 채웠으며, 최근 300명 이상의 입소 요청을 거절해야 했다. 인신매매 대응 전문가인 마크 테일러는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응급처치 수준"이라며 "가장 위급한 사람조차 돕기 힘든 붕괴 직전의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스캠 난민' 사태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지난 1월 캄보디아 당국이 사기 범죄 조직의 핵심 인물을 중국으로 송환하고, 한국·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범죄 조직들이 부담을 느껴 노동자들을 대거 방출하기 시작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검증한 영상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캄보디아 전역의 스캠 단지에서 수많은 사람이 짐을 싸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의 핵심 자금줄이었던 미국의 원조가 끊기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초 2026년까지 카리타스 보호소 등에 140만 달러(약 2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자금 집행이 2025년 초 기구 해체 및 대외 원조 중단 조치로 인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호소 인력은 3분의 1로 감축됐고, 식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정부와 국제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했다. 몬세 페러 국제앰네스티 지역 연구 국장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수천 명의 생존자가 아무런 국가적 지원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혼란과 고통 속에 캄보디아 정부는 이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구조 활동가들은 사비를 털어 피해자들을 돕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구조 활동가 리링 씨는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해도 대사관 측은 명확한 절차가 없다고 발뺌하고, 국제기구는 예산이 없다고 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출구 없는 회전문'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거리에서 굶주리다 못해 잠을 잘 곳을 찾아 다시 스캠 단지로 돌아가는 충격적인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네스 피악트라 캄보디아 공보부 장관은 "정부는 피해자를 선별해 의료 서비스와 귀국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학대를 용인하거나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피해자 대부분은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출신이거나 자국 대사관의 지원을 받기 힘든 소수민족 출신이어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3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스캠 단지에 감금된 강제 노동자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의 억압적인 언론 환경과 범죄 조직과 연루된 엘리트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단체가 극히 드물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