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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항미원조' 때문에 남북의 경계선이 38선에서 휴전선으로 대체되었고, 오늘날까지 분단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중국의 '항미원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의 호국은 반쪽짜리 호국에 불과해졌다.
반쪽짜리 호국 때문에 북한 3대 세습의 전체주의가 가능해지면서 분단 이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은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최악의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악의 평범성'이란 거대한 악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이 비판적 사고를 멈추고 체제·규칙에 순응할 때 발생한다. 북한 체제에서 감시, 통제, 고문, 연좌제, 정치범 수용소 등은 '악의 평범성'이 가능하게 하는 독소들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반쪽짜리 호국을 폄훼하는 것 같은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우선 '악의 평범성'이 일상화된 북한 독재 체제를 무시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3·1운동 기념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고 의견을 표명하고 통일부 장관도 유사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남북대화의 물꼬를 열어야 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악의 평범성'이 자행되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존중은 '높이어 귀중하게 대한다'는 의미다. 이는 자칫 우리가 북한 체제를 닮아야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존중'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선택이다.
또한 최근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는 '6·25 전쟁, 서로 다른 해석'이라는 주제로 특화해설 교육프로그램 진행 홍보 포스트에 6·25전쟁과 중국의 '항미원조' 전쟁을 병렬적으로 소개해서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일자 기념사업회는 게시물을 자진 철거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중국 단둥(丹東)의 '항미원조 기념관' 탐방 일정을 포함하려고 했다. 이런 기념사업회의 오도된 행보는 국가정체성 훼손하고 호국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기관이라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쪽짜리 호국을 온전한 호국으로 바꾸는 유일한 길은 통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고 남북 간 격차가 심해지면서 통일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MZ 세대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다. 또한 통일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언행으로 자주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의 '두 국가론'이 대표적이다. 2023년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국가론' 호응은 통일정책·전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이런 통일부 모습은 통일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반(反)헌법적 모습을 자초한 꼴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586세대의 운동권 출신들 중심으로 '두 국가론'에 앞장서는 기이한 모습도 보였다. 예전의 586 운동권은 적극적 통일론자였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두 국가 옹호론자로 입장을 급히 선회했다. 이처럼 586 운동권의 돌변은 예상 밖의 결과여서 당황스럽다. 이들의 돌변은 북한의 주의·주장을 수용하고 우리의 정체성 훼손에 동참한다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통일정책·전략적 관점에서 반통일적 국가정체성 훼손 행태와 통일 열기가 식어가는 것은 분명 위기다. 특히 국가 통일정책 수립이나 행사기획이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제고하는 방향이 아니라 훼손·경시·멸시하는 언행의 반복은 큰 잘못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녹아든 자해(自害)행위로 인해 통일 의지는 침체되고 남의 나라 일로 치부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건국 이후 우리의 국가 목표는 늘 '잘사는 나라와 통일한국'이었다. 잘사는 나라의 문제는 산업화와 선진화를 거쳐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한반도가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으면서 반쪽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통일한국은 미완의 국가적 숙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면서 분단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이는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평화통일 책무를 방기한 것이며, 북한 체제에 의한 '악의 평범성'이 자행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방증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잘못을 방치한다는 점에서 '두 국가론' 옹호는 반(反)인권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이 아니라 '평화통일'의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방도의 첫걸음은 대내적으로는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켜내고 대외적으로는 북한 주민으로 하여금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게 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의 인식 변화를 기대해 본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전 고려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