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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르무즈 기여, 국익 우선 세밀한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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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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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AFP·연합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등 군 전력을 파병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회 비준동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과거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위한 실질적 기여' 등을 언급해 오긴 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구체적 검토에 들어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압박'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아니더라도 '동맹'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된 양국 간 신뢰는 우려스러울 정도다.

대미 투자계획 지연에서 비롯된 양국 간 불협화음은 통상 문제를 넘어 전면적 안보 갈등으로까지 비화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일방적 취소와 북의 핵보유국 지위 용인 시사, 전시작전권 전환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안보 불안이 표면화했다. 트럼프의 미북 정상 대화 재개 시도는 현 상태라면 '한국 패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콕 찍어 '반도체 표적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한국의 캐시카우 산업을 정조준한 것이다. 한미 간 신뢰 관리에 실패해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든 '파병'이든 어떤 명칭으로든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아쉬움을 감안하더라도 오랜 검토 끝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군사적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은 일단 옳은 결정이다. 물론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미국의 침략 전쟁에 왜 우리가 들러리 서야 하느냐'는 등 비판론이 나올 것이다. 여론 분열이 격화될 수도 있다. 또한 종전 후 이란과의 경제협력 시 불이익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고위 안보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나서면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제 해역인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의 피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너지의 주(主)수송로가 막힘으로써 한국은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 국익이 침해받는 중대 사안인 것이다. 더욱이 통행료를 부과해 사실상 내해화(內海化)하겠다는 이란의 구상은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해양질서에 위배된다. 무역이 생명선인 우리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이다. 미국과의 군사협력뿐 아니라 국제해양질서 유지라는 대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란에도 군사적 적대 행위가 아니라 국제 해상교통의 안전과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한 것임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끌려갈 것만도 아니다. 국내의 비판 여론, 이란과의 관계 등 우리의 특수한 상황도 적극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양 질서 유지라는 대의에 걸맞은 군사 활동이 주축이 되도록 미국 측과 협력 방안을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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