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6일 개막 크리스티안 무쥬, 하마구치 류스케, 이창동 등 거장 작품 한자리에
가능한 사랑
0
'가능한 사랑' 전도연(왼쪽)·조인성/넷플릭스
부산이 영화로 들썩인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부산 일대에서 개막한다. 특히 올해 BIFF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돼 의미를 더한다. 이에 따라 경쟁 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갖게 된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7편이다. 이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 9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편이 포함됐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까지 더하면 총 316편이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칸·베니스 수상작들이 눈길을 끈다. 루마니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피오르'는 지난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영화는 노르웨이로 이주한 가족이 현지 아동복지 제도와 부딪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가족과 국가, 개인의 신념이 충돌하는 순간을 파고든다. 문쥬 감독은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 19년 만에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칸의 정상에 오르며 거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암 투병 중인 일본인 연극 연출가 마리와 파리 교외 요양원을 관리하는 마리루가 가까워지며 삶과 죽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를 다룬다. 처음으로 해외 공동제작을 통해 프랑스 제작진·배우들과 작업한 만큼 인물 사이의 긴 대화와 작은 감정 변화를 쌓아온 하마구치의 연출이 다른 언어와 문화 안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관심을 끈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0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BIFF
피오르
0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피오르'/BIFF
한국 영화에서는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눈에 띈다. '도희야'와 '다음 소희'에 이은 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역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관심을 모았다. 심인성 피부질환을 앓는 열여덟 살 도라가 남해의 별장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며 겪는 변화를 그린다. 전작에서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여성과 청소년을 바라봤던 정 감독이 이번에는 한 인물의 몸과 상처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냈는지, 김도연·안도 사쿠라·송새벽의 호흡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달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도 BIFF를 찾는다.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이 감독의 신작으로 해고 노동자라는 소재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로 연결한 시도가 베니스에서 호평을 얻었다.
긴긴밤2
0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BIFF
한국계 미국인 스테파니 안 감독의 '베드포드 파크'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6 선댄스영화제 미국극영화경쟁 심사위원특별상(데뷔작)을 받은 첫 장편으로, 한국계 미국인 2세 오드리와 입양 가족에서 자란 일라이가 교통사고를 계기로 만나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그린다. 이민자 가족과 입양 가족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체성과 가족,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BIFF가 경쟁 영화제 체제로 전환하며 지난해 경쟁 부문이 신설됐다. 올해는 출품작 수준과 층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과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가 눈에 띈다. 특히 '긴긴밤'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흰바위코뿔소와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의 여정을 통해 상실과 연대의 의미를 곱씹는 애니메이션으로 실사 영화 중심의 경쟁 부문에 애니메이션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날의 태주'는 임하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월드 프리미어로 사람들의 소문을 피해 여행을 떠난 태주가 낯선 인물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제의 개막작인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민하·주종혁·한선화·장률·심은경·이희준 등이 출연해 한 카페를 오가는 네 쌍의 남녀를 그린다. BIFF는 앞서 "김 감독이 창작자로서 집요하리만치 성실하게 탐색해 온 영화적 관심사와 스타일, 시선, 세계가 잠정적인 완숙에 이른 유려한 영화"라며 "과도한 설정이나 과격한 전개 없이도, 여러 인물 저마다의 고유한 내면의 목소리와 감정, 관계의 미세한 변화를 사려 깊게 그려낸 점이 아주 큰 장점이자 미덕"이라고 선정 이유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