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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대목입니다. 관계사를 교섭 상대로 지목한 것도 이례적인데, 노조는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아닌 2대 주주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했습니다. 핵심은 지분율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실제로 얼마나 결정해왔느냐는 것입니다.
출발점은 지난해 11월 불거진 '인사 문건'입니다. 노조는 해당 문건 등을 근거로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제도와 보상 등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과거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인사제도 설계와 그룹 인사시스템 개편 과정에 관여했고, 현재 사업지원실에도 관련 조직과 인력이 이어졌다는 게 노조 측 설명입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일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에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있습니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습니다. 그간 논의는 주로 원청과 하청 근로자 관계에 집중됐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형적인 원·하청 관계가 아닙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관여의 정도'입니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계열사의 전체 인력 규모나 성과급, 임금인상률 등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개별 근로자의 평가·승진·배치전환·연봉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 개개인의 인사·노무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다면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그룹 컨트롤타워가 개별 계열사 직원들의 근로조건까지 실제로 결정했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노조가 확보했다는 인사 관련 자료가 삼성전자의 관여 수준을 어디까지 보여줄지가 중요합니다. 그룹 차원의 전략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수준인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정황까지 확인되는지에 따라 사용자성 판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교섭 요구는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두 계열사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의사결정 가운데 어디까지를 노동법상 사용자의 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향후 판단에 따라 다른 기업집단에서도 계열사 간 사용자성을 따지는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