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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또 말만 나온 대형마트 새벽배송…14년 논쟁, 이제는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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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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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정책, 멈춰버린 시간
챗GPT 생성 이미지.
또 연기만 피어올랐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이번에도 뚜렷한 결론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치권의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지만 정작 규제를 풀기 위한 논의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올해 초 정부와 여당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졌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국정감사에서 다시 필요성이 제기됐을 뿐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2012년 도입됐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하도록 했다. 당시에는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의 주요 경쟁 상대였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지금 유통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소비자는 매장을 찾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 집 앞에서 받는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선 사이 대형마트는 여전히 과거의 규제에 묶여 있다.

숫자도 변화를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0.4%에서 지난해 59.0%로 커졌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같은 기간 26.3%에서 9.8%로 떨어졌다.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규제의 기준은 14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대형마트 규제를 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골목상권의 생존권도 중요하고, 새벽배송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건강권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곧바로 매출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이 물류와 배송망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의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그 논의마저 제자리걸음이라는 데 있다. 지난 2월 여야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정부도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법안은 5월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뒤 다섯 달 가까이 계류 중이다. 소상공인단체와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마련하려던 상생 방안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도 시장 변화에 대한 공감과 상생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을 뿐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검토해 온 방안이다. 그런데 산업통상부가 발주한 연구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전통시장 매출을 직접 잠식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전 일부 지역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인 만큼 전국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실제 피해가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기금 규모부터 정하는 방식이 적절한지는 되물을 필요가 있다.

상생은 필요하다. 그러나 상생기금이 규제 완화의 통행료처럼 여겨져서는 곤란하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가 먼저다. 중소유통업체의 온라인 주문 시스템과 공동배송망을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노동자의 야간근무 부담을 줄일 인력 운영 기준과 건강보호 대책 역시 빠질 수 없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찬반 양측의 주장만 반복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달라진 시장에서 기존 규제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부담을 주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한 뒤, 필요한 규제는 남기고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손질하는 것이다. 의무휴업과 점포 기반 온라인 배송을 구분해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가 합의 가능한 범위부터 정하고 처리 일정과 후속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새벽배송은 이미 소비자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벌이는 논의는 해마다 출발선으로 돌아간다. 규제를 유지하든 완화하든 그에 합당한 근거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규제 완화 선언이 아니다. 14년째 반복되는 논쟁에 답을 내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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