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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첫 단추 잘못 꿴 중대범죄수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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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

승인 : 2026.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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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과 동시에 우려 현실화...수사 인력 채우지 못해 상당수 직책 공석 상태
중수청장 인선, 임은정 청장 감찰 예고 등 초기부터 '정치 공방' 확산
법조계, "70여년 역사를 1년 만에 개편...예견된 혼란"
반명함_박준상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는데 다음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겠습니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에 한 법조 전문가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주먹구구식 개편으로 인해 새 형사사법체계가 충분한 준비 없이 가동을 시작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중수청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검찰 개혁의 산물인 중수청은 지난 2일 개청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출범 전부터 꼬리를 물었던 우려들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은 중수청은 부패·경제범죄·마약·내란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대형 수사기관이다. 고난도 사건을 다루는 만큼 수사 역량이 관건이지만 초기 인력은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1900명 밖에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휘부와 실무 책임자급인 5급 이상 수사관도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상당수 직책이 공석 상태로 운영 중이다.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어야 할 초대 청장도 여전히 공석이다. 오는 14일 청장 후보자인 김지용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정치 성향 등에 대한 범여권 강경파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이 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연일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직 내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수청을 정치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출범 초기부터 정치 공방이 확산되면서 중수청은 새 수사기관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하기도 전에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부터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밖에 기존 수사기관과의 사건 관할 조정도 중수청 정상화의 과제로 남아있다. 수사·기소가 분리된 새 형사사법체계에서는 중수청을 비롯해 경찰·특별사법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여러 기관이 수사를 담당한다. 사건의 성격과 혐의에 따라 수사기관 간 관할이 중복되거나 수사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할 구체적인 기준과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사건은 개청 직후부터 빠르게 쌓이고 있다. 출범 첫날인 지난 2일에만 알려진 고소·고발이 30건을 넘었고 서울청뿐 아니라 각 지방중수청에도 고발장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중수청의 초기 혼란에 대해 법조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70여 년간 이어진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이 1년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검찰청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했다. 검찰청법이 제정된 1949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77년의 역사다.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0월 2일 시행됐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1년 안에 조직을 완전히 재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중수청에는 '미완의 출범', '개문발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우려했던 문제들이 개청 직후부터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 형사사법체계는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첫 단추는 아직 잘못 꿰어진 채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의 수사 경험 가운데 무엇을 이어받고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다른 수사기관과 어떤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사의 속도와 품질로 새로운 수사체계의 실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70여 년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이 짧았던 만큼 그 과정에서 생긴 빈틈을 메우는 노력은 길고 치열해야 한다.
박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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