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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군은 병사의 사기를 꺾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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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0. 06. 10. 09:00

‘손자병법’은 패배하는 군대를 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①주병(走兵). 적을 당할 수 없어서 도망치는 군대다. ②이병(弛兵). 지휘관이 약해서 군기가 해이해진 군대다. ③함병(陷兵). 병사들이 약해서 함정에 빠진 군대다. ④붕병(崩兵). 소통이 되지 않아 멋대로 싸우려다가 무너지는 군대다. ⑤난병(亂兵). 위계질서가 어지러운 군대다. ⑥배병(北兵). 두려워서 전의를 상실한 군대다. 

우리가 손자병법을 언급하는 것은 군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인식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일사불란하게 가동되는 위기관리 체제로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를 접한 국민은 군을 신뢰했다. ‘치욕의 날’이라고 비분강개할 정도였으니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믿었다. 외국 언론은 서해에서 일어날 것이다, 비무장지대에서 터질 것이다 하면서 ‘전쟁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었다. 3가지 시나리오, 5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었다. 그래도 군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국민은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발을 뻗고 자리에 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군은 다른 한편으로는 국군 장병에게 ‘영정사진’을 찍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신병교육대에서 찍은 증명사진 외에 유사시에 영정으로 쓸 사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사진을 다시 촬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는 보도다. 일부 부대에서는 ‘유언장’까지 작성하도록 했다고 한다. ‘오해’라고 해명은 했다지만 최소한 사격훈련이라도 강화, 한 발의 실탄이라도 더 쏘도록 하는 게 좋았을 시간에 영정사진이었고 유언장이었다. 
국군 장병은 그 과정에서 자칫 패배의식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군의 사기가 ‘주병’ 내지 ‘배병’으로 위축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지는 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장수의 잘못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작전계획’ 유출과 미흡한 ‘천안함 외교’ 등으로 어수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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