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선택에 따라 지난 2009년 부터 일부 기업들이 IFRS를 적용하기는 했지만 올해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IFRS에 맞춰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이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한국회계기준(K-GAAP)에 맞춰 작성된 재무제표와 IFRS에 맞춰 작성된 재무제표와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올해 IFRS가 시작되는 것에 맞춰 몇년전부터 이에 대한 도입을 준비해왔고 이미 시험 작성을 통해 비교를 해본 만큼 충격은 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권별로 IFRS 도입 준비상황을 점검해 봤다.
◇은행, IFRS 도입에 맞춰 팀 구성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미 2008년부터 IFRS 도입에 맞춰 팀을 구성하는 등 준비를 갖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년여전부터 은행들이 모두 IFRS관련 부서를 신설해서 준비해 왔기 때문에 적용에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영업실적에 긍정적 효과를 더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한다.
문제는 산업·수출입은행과 농·수협이다.
이들 4개은행은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특수법인으로 외감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IFRS도입시기가 다르다.
산은은 올해부터 IFRS를 도입했지만 수은은 2012년부터, 농·수협은 2014년부터 적용한다.
수은 관계자는 "2012년부터 IFRS를 적용해야 하는데 시스템 개발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려 2013년으로 IFRS적용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 역시 "작년말부터 IFRS전담팀을 꾸려서 본격적인 도입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올 1분기부터 IFRS를 기준으로 한 실적을 기존의 K-GAAP을 기준으로 한 실적과 함께 발표하고 있는데 실적이 훨씬 좋아진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IFRS에서는 손실률을 대출의 질에 따라 차등을 두게 됨에 따라 우량고객이 많은 은행은 손실이 적게 계상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충당금을 적게 쌓아도 되는 것.
이에 KB금융지주의 경우 올 1분기 순이익은 7405억원으로 작년에 발표한 K-AAP 기준 순이익 5203억원 보다 42.3%나 증가했고 우리은행도 5075억원으로 작년 발표치보다 10.4%가 늘었다.
은행들에게는 올해부터 IFRS가 도입되면서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증권, 3년전부터 준비…기존과 큰 차이 없어
증권사들은 대부분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어 올해부터 IFRS를 적용한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3월결산인 관계로 2011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은 8월경에나 발표된다.
증권사들은 IFRS 도입과 관련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3년여전 부터 준비해온데다 증권사들의 영업실적은 기존의 K-GAAP나 IFRS에 의한 것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보유재산 가치 등을 시장 가격에 적시성있게 반영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2008년 7월부터 도입준비를 시작해 IFRS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관계자도 "1년반정도 회계법인을 통해 컨설팅을 받았고 이미 시스템 구축은 마무리됐다"며 "증권사는 회계기준이 IFRS로 바뀐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미 준비가 완료됐다면서 작년 4월부터 IFRS를 기준으로 한 것과 기존 방식의 재무제표가 동시 발표됐고 올 4월부터는 IFRS를 단독 기준으로 한 재무제표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 보수적 자산운용으로 영향 적어
보험사들은 새로운 회계연도에 맞춰 이달부터 IFRS가 도입됐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이미 2년전부터 대비를 해온데다 변동성 축소를 위해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등 이전보다 보수적인 자산운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제도 도입에 대비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데 힘써왔다. 특히 손익변동성 축소를 위해 작년 4700억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매각하기도 했다.
대한생명 역시 IFRS 프로그램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년 회계연도와 본격적인 비교분석에 나서고 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비교지표를 만들기 위해 작년 자료를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춰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도 이미 IFRS 도입 추진팀을 구성해 회계시스템 설계 및 구축을 진행해왔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손익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는 각 회사 공통이다"며 "작년 12월 일부 사모펀드를 처분해 공모펀드로 전환하는 등 변동성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 저축은행 적용 유예 기대
저축은행들은 IFRS 도입과 관련해 준비를 하고는 있으나 금융당국의 IFRS 적용 유예를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큰데다 최근 부실화마저 되고 있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상당한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회사의 부실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6월말 결산이기 때문에 2011회계연도는 7월부터 시작이라면서 1분기 보고서가 10월에나 나오는데 이에 아직까지는 현행의 기준대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지금 여러 논의가 있으니 IFRS가 적용되는 것이 확정된 후 이에 따라 적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9월 시행을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며 "중간에 유예를 해 준다든지 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는 상황이란 것을 알고 있어 정상적으로 가는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경우도 IFRS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IFRS관련 태스크포스(TF)는 이미 2년전부터 구성해 대책마련이 끝났다"며 이미 잘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사들은 IFRS 도입 준비를 완료했다.
캐피탈사들은 12월 결산법인인 만큼 1분기부터 IFRS 적용을 받게되기 때문이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2년 전부터 IFRS 적용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으며, 이번 1분기부터 IFRS 기준으로 공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