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송기영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에서 “88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나 100억원의 소득자나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버핏세’, 즉 부자 증세 도입에 불을 지핀 것이다.
버핏세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 8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버핏세 도입을 제시했고 일본에서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논의 초기단계인만큼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복지재원을 늘리고 조세체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행정학)는 버핏세와 관련, “고소득층 증세는 조세 공정성과 신뢰성 회복의 의미가 크지만 보편적 복지국가를 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복지재원 확보에 충분하지 않지만, 소득불균형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조세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다만 법인에 버핏세를 도입하는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윤 교수는 “법인의 소득이 개인에게 이전됐을 때에는 누진적 과세가 맞지만, 법인 소득이 법인에만 머무는데 세율을 높이는 것은 우리나라 같은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버핏세를 통해 심각한 재정 적자를 메우겠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확충된 재원으로 복지를 늘리고 소득불균형을 개선한다는 것”이라며 “(버핏세) 도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버핏세 도입에 반대했다.
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소득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세율은 선진국보다 낮지 않다”며 “한국 고소득층은 사업소득자들이 훨씬 많은데 이들에게 금융위기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논의되는 버핏세의 취지는 일반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높이자는 것이 아니고, 일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비해 낮은 금융소득의 세율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세율이 1%만 높아져도 자본이동이 일어나므로 자본소득은 근로·사업소득과 달리 낮은 세율을 매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버핏세의 취지에 대해서도 “부의 사회환원보다는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논의의 결과물이 버핏세”라고 설명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버핏세는 자본이득에 대한 미흡한 과세로부터 논의가 출발됐는데 우리나라에선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문제로 약간 바뀌어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세수에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