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한효주는 실제 만나보니 다양한 얼굴을 지닌 카멜레온이었다. 선머슴부터 명랑소녀, 로맨티시스트, 프로페셔널한 배우 등 개성 다른 한효주가 그의 가슴에 살고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개성이 다른 한효주를 각각 만나보았다.
#선머슴 효주=헤어스타일의 변화 때문인가? 지난 가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됐을 때만 해도 긴머리에 우아한 중전의 향취가 묻어났다. 하지만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감시'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른 한효주는 선머슴이었다. 우아하게 한발짝 떨어져 인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뒤에서 등을 딱 치며 쾌활하게 "기자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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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효주,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
"이렇게 짧게 머리 자른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는 아쉽지 않은데 엄마나 미용실 원장님이 아쉬워하세요.(웃음) 여기에 형사 역을 연기하다보니 행동에 절도가 생긴 거 같아요. 군더더기도 없어지고요. 이렇게 너무 과하게 털털해지는 건 '반창꼬'의 미수를 만나면서부터 조짐이 있었어요."
#명랑소녀 효주='반창고'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강일(고수)와 의사 미수(한효주)가 우연한 기회에 만나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멜로물. 한효주는 이기적인 의도로 강일에게 다가갔다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미수 역을 사랑스럽게 연기해낸다. 능청스러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밝은 에너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내 자신이 밝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작품에 욕심이 생겨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일정이 겹쳤는데 힘든지도 모르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그건 다 정기훈 감독님 덕분이에요. 정말 외모는 남성스러운데 여성의 심리를 너무 잘 아세요. 촬영장에 항상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힐링되는 느낌이었죠. 촬영 전 배우로서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는데 '반창꼬'가 완벽한 치료약이 돼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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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효주,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
#로맨티시스트 효주='반창꼬'는 시사후 양분된 평가를 받고 있다. '장르에 잘 맞는 달달한 로맨스물이다'는 호의적인 평가도 있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의료사고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일에게 접근한 미수가 갑자기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시니컬하게 "언제부터 사랑을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당당하게 "처음부터"라고 답했다.
"사랑이라는 건 언제나 느닥없이 닥치는 게 아닌가요? 특히 사랑은 이성을 거쳐 과정을 밟고 오는 건 아닌 거 같아요.(웃음) 영화란 특성상 2시간이란 시간 내에 모든 과정을 담을 수 없어요. 로맨스 멜로물이라는 장르 특성을 감안하고 가슴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보고나면 기분 좋게 웃으며 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곱씹어 지적한다면 보기 힘들 거 같아요. 허술한 부분도 기분 좋게 보일 수 있게 하는 게 감독님 영화의 매력인 거 같아요."
#프로페셔널한 효주=한효주는 또래의 배우들과 달리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쉬지 않고 작품을 해 업계 관계자들의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배우와 스타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지난 가을 이병헌이 인터뷰에서 '한효주가 배우로서 고민을 토로해와 상담을 해준 적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좋은 대답을 해줬느냐'고 묻자 민망한지 폭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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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효주, 사진=조준원기자 wizard333@ |
"그날 내가 질문을 시작한 건 기억나는데 그 다음은…. 사실 회식 중이었거든요. 필름이 끊겼어요. 뭐라 정말 열심히 이야기해주셨다고 하는데…너무 죄송하네요.(웃음) 계속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건 너무 행운이에요. 한살이라도 어릴 때 정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아직도 못해본 게 너무 많거든요."
이병헌처럼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한효주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있다"고 답했다.
"주연으로서는 너무 부담될 거 같아요. 작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럴러면 외국어 공부를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