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중요 대기업들 대부분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거래 비중이 높아 과징금 폭탄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는 향후 신규 고객사 발굴, 신규 사업 진출 등을 통한 계열사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한창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바람이 불자 내부 거래를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한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한국남동발전의 유연탄 수송권을 낙찰받으며 홀로서기의 첫발을 내딛었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81.9%에 달한다.
LG, GS, 한화그룹도 시스템통합(SI), 광고, 건설 분야 등 비계열 독립기업에 대한 사업기회를 개방했다.
한화가 지난해 30년만에 처음으로 그룹홍보 광고를 계열사인 한컴이 아닌 외부 광고대행사에 맡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컴은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씨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그룹 내부 매출 비중이 77.4%에 이른다.
내년 1월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비계열사 매출 확대를 위한 재계 움직임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간주돼 매출액의 최고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재계의 반발을 우려해 ‘모든 계열사 간 거래’에서 ‘총수 일가나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간 부당 내부 거래로 범위를 축소하고 ‘총수일가 지분 30%룰’도 삭제하는 등 원안에 비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재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기업경영에 반하는 과잉규제'라며 우려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도 일감몰아주기로 비춰져 기업의 거래행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