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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괴검사 산업은 크게 장비와 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장비기술은 하이테크로 인정받기 쉬운 것과 달리 대부분의 서비스는 그렇지 못하다. 국내의 경우 장비 보다는 서비스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장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국내 개발 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미 선점당한 시장에 진입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서비스에 치중됐고, 그마저도 안전 검사 서비스로 과다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대외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안전검사뿐만 아니라 품질검사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고부가가치 장비 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데 고사양 장비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글로벌 기업이 선점했고 저사양 장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의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장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급부상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파괴검사와 의료진단은 기술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AI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다. 다만 의료진단은 대부분 영상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비파괴검사는 검사기법별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형태가 다양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적용대상과 적용기법을 특정해 전용 솔루션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배관용접부에 대한 방사선투과검사 영상을 학습시키거나 반도체 웨이퍼에 대한 초음파 스캔 영상을 학습시켜 결함 탐지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AI-NDT 융합은 최근 발표되는 비파괴검사 기술 관련 논문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이는 곧 AI를 탑재한 비파괴검사 장비가 장비산업을 주도할 것임을 의미하며 동시에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 비파괴검사 생태계가 영세해 민간에게만 맡겨서는 추진이 어려우므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데,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의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비파괴검사를 위한 AI플랫폼 개발이다. 비파괴검사를 위한 챗GPT라고 이해하면 된다. 단 모든 비파괴검사를 대상으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방사선투과검사, 초음파검사와 같은 대표적인 검사기법과 용접부와 같이 검사수요가 많은 대상으로 한정해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확보한 학습데이터 뱅크를 구축하고 사용자가 이를 원하는 AI 모델의 학습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AI검사장비 개발이다. 차세대원자력, 우주항공, 방산, 첨단반도체 등 국가전략 제조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비파괴검사기술을 개발하되 AI기술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전용검사장비로 개발하는 방안이다. 이는 서비스 시장을 대폭 확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원천기술 확보와 테크기업 육성을 함께 이루는 모델로 국내 산업생태계의 지속적 기술진흥 및 국제 경쟁력 확보,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증대와 재투자 및 고급인력 유입 확대가 가능해지는 선진형 선순환구조로의 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