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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의 독재자’ 설경구, “5시간 공들인 특수분장 찢어져라 연기”

[인터뷰]‘나의 독재자’ 설경구, “5시간 공들인 특수분장 찢어져라 연기”

기사승인 2014. 11. 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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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재자'서 김일성 빙의된 대역 연기
박해일과 애증으로 얽힌 부자 호흡 '완벽 케미'
"감정 소모 컸던 작품, 두려웠지만 흥미로웠다"
설경구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배우 설경구는 ‘진심’이 느껴지는 배우다. 그는 최근 ‘타워’·‘감시자들’·‘스파이’·‘소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랬던 그가 ‘소원’ 이후 1년 만에 ‘나의 독재자’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했다.

‘나의 독재자’는 대한민국 한복판,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설경구)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아들(박해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는 극중 자신이 김일성이라 믿는 김성근 역을 맡아 무명의 연극배우에서 점차 독재자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에게는 김일성 대역·북한 사투리·분장 연기 등 다양한 과제가 주어졌다.

“간만에 어려운 캐릭터를 만나서 흥미로웠어요. 이런 어려운 역할을 저에게 준 이해준 감독에게 감사했죠. 두렵기도 했는데 그래서 더 해볼만 했던 것 같아요. 김성근은 김일성 대역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김일성처럼 보일 필요가 없었어요. 부담이 덜했죠. 북한 사투리 등을 연습하긴 했지만 김성근 입장에서 감정에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설경구가 극중 연기한 김성근은 무명의 연극배우로 김일성 대역을 맡고 나서부터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믿을 정도로 극과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한다. 설경구는 실제 배우로서 김성근을 어떻게 이해하려고 했을까.

“김성근처럼 배역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건 위험한 일인 것 같아요. 이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죠. 배우로서 목표점이지만 두려운 지점이기도 해요. 김성근은 배역에 못 빠져 나온 게 아니라 안 빠져 나온 거라 생각해요. 자신이 마지막에 연극을 올리게 된다는 것을 예감한 것 같아요. 그런 믿음이 없으면 못살았겠죠. 저에게 김성근 같은 메소드는 없어요. 메소드를 향해 가고 있을 뿐이죠. 굳이 하나를 꼽자면 ‘박하사탕’ 때 잔상이 오래 갔죠.”

설경구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을 많이 괴롭혔다. 특히 영화 엔딩 장면에서는 압박감이 심해 감독과 많은 고민을 나눴다. 김성근이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에서 대통령을 만나 김일성을 연기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는 엔딩 장면은 4~5일 정도 촬영했다.

“김성근의 역사가 마지막에 펼쳐지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영화 전체가 망가질 것 같았어요. 예민하고 날카로웠죠. 그러다보니까 말도 직설적으로 나가더라고요. 끝에는 감독과 서로 눈을 안 마주칠 정도였죠. 감독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부담이 컸어요. 앵글도 계속 바꾸면서 촬영하다보니 감정소모가 컸죠. 자신이 없으니 짜증이 났던 것 같아요.”

설경구는 이번 영화에서 1972년 아버지 성근에서부터 20여년 뒤 1994년 노년의 성근을 연기했다. 분장에만 약 5시간이 걸렸다. 그는 표정연기에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특수분장에도 오히려 분장이 찢어져라 치열하게 연기했다.

“표정을 심하게 썼어요. 조심하면서는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김밥도 눕혀서 먹어야 하는데 일부러 세워서 먹고 하품도 하고, 분장팀에서는 걱정을 했을 거예요.(웃음) 박해일은 영화 ‘은교’ 때 분장만 10시간을 했대요. 해일이의 희생으로 인해 제 시간이 줄었으니 감사할 따름이죠.(웃음) 해일이가 분장을 해봐서 그런지 제 심정을 이해하니까 편하게 해줬어요. 모든 장면을 제 위주로 먼저 찍고, 그 다음에 해일이가 찍는 순이었죠. 솔직히 정말 힘들었어요. 이건 감독도 모를 거예요. ‘좀 힘들겠다’ 싶겠지, 해본 사람만 알 거예요.”

설경구는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시작으로 천만 영화 ‘실미도’와 ‘해운대’, 각각 500만 관객을 돌파한 ‘타워’와 ‘감시자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해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연기에 있어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그만의 연기론을 밝혔다.

“요즘 관객들은 다 알아요. 배우가 울어도 관객들이 진심을 못 느끼면 슬퍼하지 않아요. 역에 집중해서 진심을 보여줘야 감동을 느끼죠. 연기는 ‘소통’ 이잖아요. 소통하려면 진짜가 되는 것 밖에 없어요. ‘오아시스’ 때 이창동 감독이 ‘컷’하면서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너랑 나랑은 속이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정말 무서웠어요. 그게 잊혀지지 않고 연기함에 있어 좋은 영향을 줬죠.”

[포토]설경구, 5시간 특수분장! 꼭 와서 보세요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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