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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인 지하은행 첸좡 딜레마에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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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기자

승인 : 2017. 04. 05. 15:41

계륵 같은 존재로 필요악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중국 금융 당국이 최근 그야말로 요원의 불길처럼 급속도로 확산되는 지하 첸좡(錢莊·사설 은행)의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법적으로는 분명히 뿌리를 뽑아야 하는 사회악이나 일부에서 펴고 있는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나름 타당한 면이 없지 않아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폐해가 보통이 아닌 만큼 조만간 양성화를 통해 양지로 끌어내야 할지 박멸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Dixia
최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지하 첸좡을 운영하다 경찰에 단속된 한 업주와 압수된 각종 화폐. 언뜻 보면 규모가 작아 보이나 천문학적인 경우도 많다./제공=난팡두스바오(南方都市報).
금융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5일 전언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지하 첸좡은 음지에 숨어 있는 만큼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다만 2016년 중국 경찰 당국에 의해 단속이 된 액수가 9000억 위안(元·153조 원)에 이른 사실에 비춰보면 이 이상의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고 봐야 한다. 일설에는 최소 10조 위안에서 최대 50조 위안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최소의 경우만 해도 웬만한 중소규모 국가의 1년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한다. 하기야 지하 첸좡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취급되는 불법 자금이 최소 5000억 위안에 이른다는 소문이 있는 것을 보면 괜한 얘기는 아닌 듯하다.

지하 첸좡은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우선 여신과 수신 금리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 금융기관보다 훨씬 높다. 이자를 많이 주고 또 그 이상 받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금융피라미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줄 돈은 안 주고 받을 돈만 악착 같이 받기도 한다.

지하 첸좡의 존재는 외환보유고의 급감에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마다 연 평균 200∼300억 달러 가까운 액수가 불법 환치기로 외국으로 흘러나갈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추산이다. 최근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외환보유고 3조 달러가 무너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설은 이로 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 한다.

여러 부정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지하 첸좡은 완전히 박멸해야 하는 사회악이 진짜 맞다. 하지만 꽤나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지도 않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역할도 하고 있는 탓이다. 금융 당국이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양성화를 통해 면죄부를 주려는 카드도 만지작거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중국 금융 당국의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홍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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