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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수하러 온 살인범에 다른 경찰서 가라니

[사설] 자수하러 온 살인범에 다른 경찰서 가라니

기사승인 2019. 08.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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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가 자수하러 왔는데도 이를 다른 경찰서로 보낸 것으로 드러나 말이 많다. 20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건 피의자인 A씨(39)가 19일 오전 1시쯤 종로구의 서울지방경찰청 안내실에 나타나 “자수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당직근무 중인 경찰은 즉각 조치 없이 다른 경찰서로 가라고 했고 A씨는 종로경찰서로 갔다.

경찰청 근무자들은 A씨가 “자수하겠다”고 하자 “뭘 자수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A씨가 “강력계 형사에게 말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자 “여기서 가까운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했다. A씨는 종로경찰서에서 자수했고, 곧바로 사건 관할인 경기 고양경찰서로 이송됐다. 경찰 당국은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경찰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A씨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일하다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경찰청에서 나온 후 종로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했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도주했다면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범인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성을 잃은 A씨가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다면 어쩔 뻔했는가.

경찰청의 당직 근무자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A씨가 자수하겠다고 와서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안 하고 “강력계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해 그럼 “가까운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철한 사명감보다 마개 빠진 모습은 경찰로서는 참으로 안이한 행태다. A씨를 순찰차에 태워 다른 경찰서로 보냈다면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자수하러 온 사람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것은 실수다. 경찰이 감찰한다고 하니 철저하게 조사해서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고, 개선점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경찰뿐 아니라 일선 구청·보건소·세무서·교육청·동사무소·파출소 등 다른 민원기관에는 이런 형식적인 일 처리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민원업무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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