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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두산重, 급한 불은 껐지만…‘날아간’ 일감은?

[기자의눈] 두산重, 급한 불은 껐지만…‘날아간’ 일감은?

기사승인 2020. 04.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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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
“에너지전환에 성공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이 하나도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최근 만난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작스럽게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급변한 정부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석탄화력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원전 부문에서 약 15%가 발생할 만큼 두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 변화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던 약 10조원 규모의 신규 석탄화력·원전 프로젝트가 8차 계획에서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명분으로 국책은행을 통해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에너지전환 정책의 온전한 성공을 위해서라도 두산중공업 앞에 놓인 일감절벽을 넘기 위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상용화를 앞둔 발전용 가스터빈과 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얻을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일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궤를 같이 하며, 과제인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선제조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대안이라고 진단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지만, 현재는 건설 중단 상태로 정부 용단만 있다면 재개가 가능하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잣대 중 하나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가스터빈과 풍력 사업을 거론하며 올 상반기 수립될 9차 계획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신규 일감 없이 ‘수주 보릿고개’를 넘기 어렵다.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두산중공업 노조도 뒤늦게 정부에 아우성치고 있다. 마음만 급한 정부의 정책 추진에 국내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정책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국내 산업이 붕괴된다면 ‘무엇을 위한 에너지전환이었나’라는 물음에 정부는 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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