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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의 돈 찍어내기···발권력 남발 없어야

[사설] 한은의 돈 찍어내기···발권력 남발 없어야

기사승인 2020. 05. 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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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8조원, 산업은행과 정부가 각각 1조원씩 돈을 내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특수목적기구(SPV)가 만들어져 오는 6월 중 운용을 시작한다. 정부와 한은은 20일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SPV설립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은이 발권력으로 돈을 찍어내어 민간기업의 회사채나 CP를 직접 사들여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주자는 것이 목적이다. 매입대상은 우량채권, 비우량채권은 물론 투기등급 이하로 떨어진 부실기업 채권까지 망라한다고 했다. 이러한 한은의 민간기업 채권 매입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환경과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또 중앙은행이 직접 민간기업의 돈줄을 자처함으로써 기업에 안정감을 주자는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SPV 설립·운용은 기업들이 부도가 날 경우 지원금을 회수할 수 없어 그 손실이 고스란히 한은으로 직접 돌아온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은은 손실기준을 SPC기금 10조원 가운데 부도율 20%인 2조원 선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미회수금이 늘어나면 한은의 발권력을 통한 ‘돈 찍어내기’로 메꿀 수밖에 없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가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내다가 2018년 137만%, 지난해에는 계란 한 줄 사는 데 트럭에 돈을 싣고 가야할 만큼 1000만%에 육박하는 심각한 인플레 사태를 맞았다. 환율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한 민간기업 자금 직접지원은 이처럼 위험하다. 발권력 남발로 국가경제가 몰락할 수 있다는 살아있는 교훈도 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일본·유럽연합국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경제비상사태를 맞아 불가피하더라도 발권력 남발이 없도록 한은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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