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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봉 루헨스, 전세계에 ‘K-정수기’ 알리느라 불황 모르죠

[르포] 원봉 루헨스, 전세계에 ‘K-정수기’ 알리느라 불황 모르죠

기사승인 2020. 07. 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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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정수기 1차 물량 완판…2차 물량 생산하느라 야근
수출 물량도 쏟아져 "해외바이어들 한국 공기청정기 샘플 보내달라"
원봉 공장 내부 사진 (5)
지난달 30일 원봉 루헨스 김포 공장에서 얼음정수기를 생산하고 있다./제공=원봉 루헨스
지난달 30일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자리한 원봉 공장. 대지 면적 8590㎡(약 2600평)에 세워진 2층 규모 공장은 6개 생산라인이 풀가동 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얼음정수기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원봉은 정수기·홈케어 브랜드 ‘루헨스’를 운영하는 환경가전 전문 중견기업이다. 채병일 원봉 생산본부 이사는 “지난달 출시한 얼음정수기 신제품 ‘아이스케어’ 1차 생산량이 완판돼 2차 생산에 한창이고 수출용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느라 여름휴가를 미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얼음정수기 생산은 2층 라인에서 진행됐다. 얼음정수기는 냉온수기보다 손이 많이 가고 부품 수도 많다. 냉온 기능뿐만 아니라 제빙부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루헨스 얼음정수기 아이스케어는 숙련된 직원들이 부품을 끼워 넣고 기능·누수 검사를 반복해 완성됐다. 콜드탱크와 핫탱크·콤프레셔를 조립한 후 뼈대(사이드판넬)를 세운 정수기엔 하얀 ‘캡 모자’를 씌웠다. 조립 과정 중에 제품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사용자가 물을 따를 때 사용하는 음용부 조립은 별도로 마련된 ‘클린룸’에서 따로 조립했다. 역시 위생을 높이기 위해서다.

환경부 인증을 받은 친환경 냉매 주입 설비도 눈길을 끌었다. 루헨스는 올해부터 얼음정수기용 인버터 콤프레셔에 친환경 냉매(R600a)를 주입하고 있다. 콤프레셔는 냉수를 만드는 핵심 부품으로, 과거에는 메탄계 ‘프로판 가스’를 주로 냉매로 썼다. 최근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로판 가스 대신 친환경 냉매를 사용한 제품만 허용하고 있다. 루헨스 관계자는 “콤프레셔에 냉매를 주입하는 공정은 가장 어려운 단계 중 하나”라며 “진공 냉매 주입기로 콤프레셔에 정확한 양을 넣어야 품질이 고르게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봉 공장 내부 사진 (9)
정수기 음용부를 조립하는 클린룸/제공=원봉루헨스
1층에선 수출용 냉온수기, 정수기 생산에 한창이었다. 실제로 원봉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70여 개국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수출하며 2017년 ‘벤처천억기업’에 선정됐고 ‘무역의 날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700만달러 수출의 시작은 김영돈 원봉 회장의 ‘편지영업’이었다. 김 회장은 1991년 창업 후 한국의 정수기 기업 원봉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소개하는 편지를 써서 전 세계 물 관련 기업들에 보냈다. 대부분은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답장을 해주는 업체는 직접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편지로 발굴한 해외 거래선이 지금은 70여 개국으로 늘었다. 과거엔 주문생산이 많았지만, 최근엔 루헨스 브랜드로 수출하는 물량이 상당하다. 수출·내수의 생산 비중은 7대3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매출이 더 증가했다. 정수기를 많이 쓰지 않던 나라에서도 위생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은 이유도 70여 개국 바이어가 요구하는 사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정수기의 색상은 물론 냉·온수의 온도도 다르다. 한국처럼 이가 시릴 정도로 낮은 냉수 온도를 선호하는 곳도 있지만, 덜 시원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채 이사는 “유럽은 크고 색상이 어두운 정수기를 선호하는데 러시아 시장에선 골드 색상 정수기가 인기가 좋았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4~5년 전부터 소형 직수 정수기를 많이 수출하고 있다”며 “각국 바이어의 요구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라인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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