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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의선이 판 짠 미래차 동맹… 오너 리더십 ‘시동’

①정의선이 판 짠 미래차 동맹… 오너 리더십 ‘시동’

기사승인 2020. 07. 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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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정의선의 현대차 생존전략]①
미래차 드라이브 현대차… R&D 투자 68% 늘려
한계 봉착한 현대차 성장판… 코로나19 압박 가중
전기·수소차부터 플라잉카까지…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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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재계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고 수소 모빌리티 전시회를 강행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는 미래차 시대가 코 앞까지 다가오면서 서두르지 않으면 차기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신사업에 대한 결정은 전문경영인으로선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일개 그룹만으로 할 수 없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협력사 결집을 통해 현실화 시키는 힘은 재계 2위 정 부회장의 오너 리더십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총수 간 신뢰를 바탕에 둔 ‘톱 다운’ 방식 협업은 절차를 뛰어넘어 가장 신속하고 전방위적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한 사업 방식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회장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까지 자리를 계속해서 만드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정 수석 부회장의 중재자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갈등을 진화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정 부회장이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동차가 당대 첨단 기술력을 총 집약시킨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뿐 아니라 차량 내부 반도체·디스플레이·타이어·철강·플라스틱 소재 등 사실상 산업계 전체가 공급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현대차그룹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국가단위로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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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10년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간 투자키로 한 R&D 총액은 35조2000억원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쓴 34조9105억원 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 3조4910억원 들던 R&D 비용을 5조8666억원으로 68.0% 늘린 것이다. 2011년 10%대의 영업이익률이 2~3% 선으로 줄었음에도 미래기술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011년 10.3%에 달하던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8년 2.5%, 지난해 3.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그룹은 향후 5년간 전 계열사의 약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모빌리티·인공지능(AI)·로보틱스·개인용비행체(PAV)·신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투자다. 목표는 2025년 전동차(전기차·수소전기차) ‘글로벌 톱 3’ 진입이다.

미래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현대차의 닫힌 성장판에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 이후 세계 판매량 800만대 고지를 5년째 넘지 못하고 있고 점유율은 2011년 8.7% 이후 오히려 떨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순위 5위에서 긴 시간 제자리 걸음 중이다. 유럽·일본·미국의 고급 브랜드와 저가 중국산 차의 틈새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왔지만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벤츠·BMW·렉서스의 프리미엄 벽을 넘지 못했고 로컬 중국차들에 밀리며 공장까지 접고 있는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앞세워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 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수십년 누적 된 정통업체들의 아성을 깨기엔 더 획기적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영업환경과 소비자 니즈가 급변하고 있어 차기 미래차 경쟁력을 쌓아야 할 때”라고 조언 했다.

이미 고착화 됐던 판에 새 바람은 불어오고 있다. 유럽이 주도하는 고강도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차는 자동차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인식 된다. 실제로 벤츠·BMW 등 전통 강호들은 이제 ‘테슬라’와 같은 강력한 상대와 경쟁구도를 그리게 됐다. 현대기아차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3만9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판매량 기준 글로벌 1위다. 수소차는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북미의 경우 57.1%, EU는 84.2%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차의 또다른 영역은 ‘플라잉 카’다. 현대차는 우버와 손 잡고 개인용 비행체(PAV) 기반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에도 나섰다. UAM 시장 가치는 2030년 3220억달러(약 399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도 내연기관에선 독일3사가 한국기업(현대기아차) 보다 월등하다는 시각이지만 친환경차는 한국이 독일을 앞서 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면서 “우리는 최대한 부품 및 인프라 관련해 공급과 수요처를 연결하고 정부 지원하에 박차를 가해야 시장 선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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