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불볕더위 맹위 떨쳐
매미, 한여름을 깨우고 귀뚜라미·여치는 '가을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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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서 무렵에 장마가 끝나면서 축적된 복사열과 뙤약볕에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까지 밀려와 이후 20여 일이 무더위가 가장 심한 기간이다. 최고의 휴가철이기도 하다. 이 기간 유명 휴가지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키보이스’가 노래한 김희갑 작사·작곡의 ‘해변으로 가요’라는 팝송이 경쾌한 운율로 젊은이들을 바닷가로 유혹하는 때다. 우리 선조들도 이 무렵에 드는 유두절(流頭節·음력 6월 보름)에 세시풍속의 하나로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 속에 들어가 놀면서 더위를 피했다.
‘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이 시기는 삼복(三伏) 가운데에서도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이 있는 때다. 이때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불볕더위, 찜통더위, 그리고 한자로 고열(苦熱), 혹서(酷暑), 폭염(暴炎) 등으로 일컫는다. 한반도의 여름 무더위는 고온다습해 땀이 줄줄 흐르고 피부를 끈적끈적하게 해 견디기 어려운 ‘고약한’ 더위다. 이 무렵의 더위가 워낙 맹위를 떨쳐 예부터 ‘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熱帶夜) 현상으로 방 안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도저히 잠을 자기 어려워 밖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이나 절정에서부터 내리막이 시작되는 이치대로 가장 더운 대서부터 더위도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극에 달하면 반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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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한여름을 깨우고 귀뚜라미·여치 ‘가을손짓’
여름은, 특히 대서 무렵의 한여름은, 지글거리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 속에서 짝을 찾는 매미들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한여름의 적막을 깨뜨린다. 매미는 요란하게 운다. 매미는 흔히 2~5년, 심지어는 13년이나 17년인 생애 주기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약충(若蟲·nymph : 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유충)으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 그러다 주로 7·8월 나무 위로 기어 나와 탈피해 성충이 된 후 약 1~3주밖에 살지 못한다. 이 기간에 수컷들은 종족유지를 위해 짝짓기를 해야 해 필사적으로 암컷을 부르는 큰 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수매미는 가슴 부위의 진동막과 울림통을 이용해 커다란 소리를 내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한가을까지 사는 귀뚜라미나 여치 무리의 풀벌레는 덜 조급해서 그런지, 날개를 비벼서 매우 가냘프고 처량한 마찰음밖에 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