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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에너지드링크 ‘레드불’ 보이콧이 일어난 이유

태국에서 에너지드링크 ‘레드불’ 보이콧이 일어난 이유

기사승인 2020. 08. 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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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검경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던 레드불 3세의 뺑소니 사건에 태국 시민들이 레드불 보이콧(집단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총리가 나서 해당 사건의 재수사 검토를 지시했다. 사진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레드불을 보이콧을 선전하는 플랜카드의 모습./사진=트위터 캡쳐
전 세계 에너지 음료 시장의 3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가 저지른 뺑소니 사건이 태국 시민 운동의 또다른 기폭제가 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을 낳은 뺑소니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에게 태국 총리가 나서 재수사 검토를 지시했다.

최근 태국을 뜨겁게 달군 것은 레드불 3세의 페라리 뺑소니 사고다. 지난 2012년 9월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인 오라윳 유위티야는 수도 방콕에서 자신의 페라리를 몰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사건 발생 후 측정된 오라윳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하는 0.065%였으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마신 술”이란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오라윳측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고 50만바트(약 19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오라윳은 8차례 이루어진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며 해외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2017년 강제구인 직전 해외로 도주할 때 사법 당국이 사실상 놓아줬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2018년에는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서도 사라졌다.

이 뺑소니 사건이 다시 폭발한 것은 지난달 26일, 태국 검찰이 그나마 공소시효가 남아있던 오라윳의 과실치사 혐의마저 불기소 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즉각 반발했고 야권도 ‘봐주기 수사’라며 비판에 가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SayNoToRedbull(레드불에 아니라고 말하라)·#BoycottRedbul(레드불을 보이콧합니다)란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레드불 소비가 많은 일부 클럽·가게에서 레드불을 판매·소비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태국 부총리를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이 레드불 일가의 후원이나 지원을 받거나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것이 오라윳의 봐주기 수사로 이어졌다는 의문도 대거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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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3세 뺑소니 사건에 반발, 태국의 유명 클럽 파티기획사 등은 레드불을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레드불이 후원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보이콧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사진=Dude Sweet 인스타그램 캡쳐
이에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총리실 직속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위원회는 지난 4일 과실치사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발견해 경찰에 재수사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오라윳이 페라리를 몰 당시 시속 177㎞로 과속했다는 경찰 조사팀 전문가의 의견과 코카인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난 혈액 검사 결과가 기존 수사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증거’로재수사의 정당성과 함께 앞으로 과실치사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총리가 나서 재수사 검토를 지시한 것은 최근 야권 탄압·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반(反) 정부 인사 탄압 등의 이유가 맞물리며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불기소로 끝날 경우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부정권의 부정부패·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들까지 자신의 SNS를 통해 해외 네티즌들에게까지 “레드불 구매를 멈추고 태국에 정의를 돌려달라”는 호소에 나섰다.

레드불 보이콧 해시태그에 참가한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아시아투데이에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부자면 다 된다는 그런 사회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제는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돈 많은 특권 계층이 법 위에 군림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면 시민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정환승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통번역학과 교수는 “전통적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현생이 전생의 업보와 관련됐다는 불교 사상의 영향으로 빈부격차나 불평등을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 등에 저항하며 평등·공정·정의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SNS라는 새로운 수단을 통해 활발히 분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레드불 3세의 뺑소니 사건과 재수사 논의도 하나의 방증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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