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표결 과정에서 찬성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 대한 재심 결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금 전 의원은 지난 6월 재심을 청구했지만 42일이 지난 9일 현재까지도 공식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심판원은 재심이 접수된 날로부터 30일 안에 심의·의결을 마쳐야 한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재심 결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배경에는 당내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잇단 악재로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가운데 금 전 의원에 대한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내부 잡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더라도 당내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결론을 미루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금 전 의원에 대한 징계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징계를 유지한다면 국회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한 표결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당내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징계를 거둬들일 경우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금 전 의원은 공수처법 표결 기권 후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비난을 받다가 21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해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소신 표결을 한 금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성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새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금 전 의원에 대한 재심 결론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 전 의원은 지난 6월 당시 재심에 출석하면서 “국회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한 표결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하는 일”이라면서 “당이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됐나”라고 개탄했다. 금 전 의원은 “이 문제는 개인이 징계를 받을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하고 상징적 문제가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 개혁안으로 내놓은 공수처법에 대해 검찰 권한을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어 오히려 검찰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면서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