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과 국산화율이 각각 5%와 15%를 겨우 넘는 현실은 미래를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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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압박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한·미 및 대만 인력을 저인망으로 훑어 확보하려는 노력 등의 꼼수마저 통하지 않을 때는 진짜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7일 열린 ‘차이나 인포100 서밋’에서 “우리는 반도체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도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프로젝트 출범이 전화위복의 ‘신의 한 수’가 아니라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최소 5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아무리 중국 경제의 규모가 크다 해도 감당이 안 될 수 있다. 이 경우 프로젝트 출범은 제 눈을 찌르는 최악의 실패 사례가 된다 ”며 베이징의 경제 평론가 장웨이 씨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장미빛 전망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화웨이와의 거래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이 그 이유로 꼽힌다. 퀄컴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 화웨이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한 조치를 철회해달라는 식의 로비를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만약 로비가 조금이라도 통한다면 다른 기업들 역시 같은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다소나마 시간을 벌면서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반도체 굴기의 깃발을 높이 들기 시작한 2014년부터 무려 50여개나 되는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는 현실도 낙관론에 힘이 실리게 된 요인이다. 현재 이 사업들에 투자된 액수만 2500억 달러(291조 원)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을 위협하는 유망 시장으로 손꼽히는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규모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열망, 미국의 제재가 100% 완벽하게 실시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진다면 이 프로젝트는 미래는 더 낙관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시간이 갈수록 전세는 역전돼 미국도 손을 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역시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예상대로 2032년 이전 미국을 추월해 명실상부한 G1이 되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꿈에 안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이 온갖 비관적 관측과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 난니완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