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까지는 2~3년 가량 남아
국내 배터리 3사 연구개발 '활발'
"새로운 위협요소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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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삼성SDI의 주가는 하루 만에 2% 넘게 빠졌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1%대 하락을 보였다.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표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주행거리는 54% 늘어나고 비용은 56% 줄어드는 배터리 공정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격 경쟁력이 심화되고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생산능력도 늘리고 있어 테슬라의 발표가 새로운 리스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로 둔 LG화학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 절감된 배터리의 가동률이 상향되는 시점을 2023년으로 가정할 경우 아직 2~3년 정도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셀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100GWh에 달하는 셀 생산 가동률, 수율 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찌감치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업체로 거듭난 삼성SDI는 우선 올해 4분기 중대형전지에서 처음으로 이익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럽 전기차 지원정책 확대 영향으로 하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상반기 대비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 공급될 ‘젠5(Gen5)’도 주목된다. 삼성SDI는 내년 하반기 젠5를 내놓을 예정인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현재 양산 전기차보다 20% 높은 수준인 600km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포드 등 업체로부터 수주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소송전이 주가를 발목 잡는다. 올해 초 미국 ITC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종 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제품 등의 수입 금지 조치를 당할 수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시황은 여전히 부진하고 소송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못했다”며 “10월 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가파른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기차 원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데이를 계기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에 새로 뛰어들거나 기존 내재화 계획을 당기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대어 폭스바겐과 조인트벤처(JV) 설립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고 LG화학과 GM은 지난해 JV를 설립한 뒤 지난 4월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배터리 비용 절감 기술의 상당 부분은 배터리 자체가 아닌 차량 설계에서 나온 것”이라며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간 역학구조에서 완성차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