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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맞설 또 하나의 힘, 인공지능

코로나19에 맞설 또 하나의 힘, 인공지능

기사승인 2020.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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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사진(정명진)
정명진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제공=과기정통부
가을이 깊어간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파고든 뒤 계절이 돌고 돌아 제자리를 향해 간다. 가을이 빨리 오는 유럽에서는 이미 병상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다. 세계가 손 꼽는 우수한 우리 K-방역 체계도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면 또다시 어려움에 봉착할지 모른다. 우리도 지난 봄에 의료 자원이 고갈될 뻔한 위기를 경험하지 않았나.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높은 파고를 뚫고 나아가려면 하늘의 별, 항구의 등대, 손 위의 나침반 처럼 길잡이가 되어줄 도구가 절실하다.

코로나19 진단은 진단키트를 이용해 정밀한 검사로 확진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환자를 선별, 관찰하고, 예후를 살피는 데 엑스레이(X-ray)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의료영상 검사만한 게 없다. 환자들의 호흡기를 침범해 폐를 망가뜨리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고스란히 포착할 수 있어 환자를 살리는 시금석이 된다.

우리 나라는 풍부한 의료영상 진단 장비와 세계 최고 수준의 검사, 진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지털 역량도 충분하다.

최근 의료영상 진단의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은 급속하게 발전해왔다. 이미 적지 않은 의료진들이 이를 진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활을 걸고 지금도 수많은 의료진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의료영상과 임상데이터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가 수집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학습이 일차적으로 완성되어도 이를 검증하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주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인공지능 진단 모델이 확립되면 영상 검사에서 나타난 폐렴의 범위나 형태를 보고 인공지능이 의료진을 보조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신속한 환자 분류를 통해 제한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은 덤이다.

이를 토대로 의료진들이 환자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면 환자에게 꼭 맞는 치료가 가능한 만큼, 환자 한 명을 더 살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50대 미만에서는 0.15%이지만, 80세 이상에서는 21.5%로 높다.

현재 미국에서는 북미영상의학회(RSNA), 유럽에서는 유럽의학영상정보학회(EuSoMII)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의료영상 데이터 리소스 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정부도 지난 7월 ‘디지털 뉴딜’ 대표과제인 ‘데이터 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중 범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AI융합 신규 감염병 대응시스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삼성서울병원을 주관기관으로 대한흉부영상의학회와 전국 13개 병원, 국내 유수의 의료 인공지능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감염병 코호트 구축에 참여한다.

‘AI융합 신규 감염병 대응시스템’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총 5만건 이상의 방대한 양의 클라우드 기반 감염병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될 예정이며 세계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이 대응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의료데이터 수집, 가공 및 분석에 관련된 다양한 원천기술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이후 닥쳐올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가늠해보고, 의료혁신을 앞당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에 맞서 헌신해 온 의료진들과 그런 의료진에게 신뢰와 감사를 보내준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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