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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절기에세이] 11월 7일: 입동, 겨울의 길목

[이효성의 절기에세이] 11월 7일: 입동, 겨울의 길목

기사승인 2020. 11. 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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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오늘은 절기상 겨울에 들어서는 입동(立冬·start of winter)의 첫 날이다. 달력으로는 아직 늦가을이지만 절기로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이다. 오늘 황도(黃道) 위에서 태양은 추분과 동지의 한 중간 지점에서 동지 쪽으로 이동한다. 말하자면, 태양이 한가을과 한겨울의 중간에서 겨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므로 논리적으로는 겨울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달력으로는 아직 늦가을이고 기온으로도 아직은 겨울이라고 보기에는 좀 이르다.

하지만 입동 무렵부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잦아져 비 대신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입동 어간에 처음에는 높은 지대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평지에서도 이른 아침에는 나무나 풀이나 벼 그루터기 등이, 가루눈에 덮인 듯, 상고대라고도 부르는 된서리로 뽀얗게 뒤덮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된서리가 내린 자리에 새라도 지나가면, 그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이 어간에 몰아치기 시작하는 삭풍(朔風)으로도 불리는 북서계절풍의 찬바람과 추위는 가을도 이제 끝나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된서리와 삭풍은 확실한 겨울의 전령사라 할 수 있다.

이 무렵은 생명체들이 월동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생명체들은 대체로 추위에 약해서 이때부터 월동에 들어가지 않으면 조만간 너무 추워져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을 잃게 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미리부터 월동을 준비했다가 늦어도 이 무렵에는 월동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사람에게도 이 무렵이 가을걷이가 끝나 바쁜 일손을 털고 한숨 돌리면서 겨울을 앞두고 한 해의 마무리와 함께 월동을 준비하는 시기다.

입동 절기 에세이 사진 11
입동을 앞둔 지난 5일 잎들이 져가는 창덕궁 감나무에 익은 감들이 붉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이효성 주필
겨울에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추수를 제외한다면, 한국인의 월동 준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김장이다. 오늘날은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김치를 사먹는 가정이 적지 않지만, 아직도 김장은 많은 가정에서 월동을 위한 중요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김치 장만 외에도 겨울 동안의 땔감을 마련하고, 지붕을 개보수하고, 문풍지를 새로 바르고, 시래기를 말려서 처마 안쪽에 걸어두는 등의 월동 대책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입동이 끝날 때쯤이면 가을걷이도 완전히 끝나게 되어 들판은 텅 비고 나뭇잎이 져 숲은 훤히 드러나서 천지는 그야말로 공허하게 된다. 그리고 차디찬 된서리가 내려 아침 지붕은 하얗고, 앙상한 감나무 끝엔 까치밥으로 남겨진 우듬지의 붉은 감들만이 홀로 외롭다. 입동 끝 무렵부터 활엽수는 월동준비가 끝나 대체로 잎이 다 떨어져 빈 가지들만 앙상하고, 훤한 숲이나 가로수 길에는 낙엽들이 수북이 쌓이고, 대지에는 불어오는 북풍과 함께 찬 기운이 스며들어 날씨가 쌀쌀해진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활엽수는 잎들이 거의 다 져서 헐벗고 쓸쓸한 채로 차가운 날씨를 견디는 그야말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풍경이 전개된다.

이제 생명체들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대체로 새로운 소생의 봄을 기다리며 얼음과 눈에 갇힌 채로 긴 동면이나 칩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동면을 하지 않는 인간들은 동식물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봄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골에, 특히 산골에, 사는 이들은 눈 덮인 산야와 얼어버린 내와 강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그 속에서 힘겹게 겨울을 나는 생명들을 벗하게 될 것이다.

입동 무렵부터 1월까지 포항 구룡포를 비롯하여 동해안의 포구에서는 과메기 철이 시작된다. 과메기는 본래는 청어를 재료로 했으나 오늘날은 청어가 귀해져 주로 꽁치를 재료로 하는데 청어 과메기보다 역한 냄새가 덜해 사람에 따라서는 꽁치 과메기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입동 어간부터 겨울 동안 꼬막이 제철이기도 하다.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피조개)으로 분류되는 꼬막은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에 서식하는데, 특히 벌교의 갯벌에서 많이 채취된다. 굴, 홍합, 가리비 등의 조개류도 입동 무렵부터 동지 어간까지가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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