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원고 입증책임 까다로워…'입증책임 전환' 있어야 승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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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조계에서는 공단이 KT&G 등 담배회사 3곳에 ‘암에 걸린 흡연 환자들에게 공단이 추가로 진료비를 부담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한 것과 관련해 “판결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014년 대법원이 폐암환자와 유족들이 KT&G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이후, 6년 넘는 기간 동안 벌어진 공단과 담배회사들 간의 이번 소송에서도 법원은 “암을 발생시킨 유일한 위험인자가 담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 이후 공단 측은 “결과적으로 담배회사들에게 또 한 번의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서 보건의료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방대한 증거자료들이 법원에 제출되었음에도, 기존 대법원 판결이 반복되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항소심이 열리더라도 질병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1990년대 미국 주 정부들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승소해 200조원대의 합의금을 약속받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고의 입증 책임이 상대적으로 넓어 대법원 판례가 새롭게 생기지 않는 이상 패소가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법무법인 이평의 이호석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원고의 입증 책임이 까다로운 경향이 있다”며 “담배 외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자들, 예컨대 흡연 전 건강상태, 가족력, 생활습관이나 환경 등이 발병의 원인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담배회사를 상대로 승소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 역시 “해외에서는 종종 원고가 담배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 측이 제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어 유해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증명을 해내야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법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사실상 전환이론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공단의 승소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