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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왜 스타벅스가 인기가 없나요?

이탈리아에서는 왜 스타벅스가 인기가 없나요?

기사승인 2020. 11. 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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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커피문화의 종주국
-유럽에서는 미국의 문화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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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사진=정덕희 밀라노 통신원
이탈리아에는 왜 스타벅스가 없는지, 이탈리아에 사는 저에게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왜 스타벅스에 가는지 모르겠다는 이탈리아인들의 말도 자주 듣습니다. 새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걸 느낍니다.

이탈리아는 커피문화의 종주국입니다. 1600년 대 말에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터키에서 커피를 들여왔고, 1800년 대 후반에는 부유층에서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1901년에는 루이지 베제라 (luigi Bezzera)라는 밀라노의 엔지니어가 에스프레소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카페에서 마시는 대부분의 커피는 에스프레소 기계로 단시간에 고압 추출한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 에스프레소 기계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문화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개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커피문화가 발달한 것이 약 20년 정도인 셈입니다. 스타벅스는 미국의 기업입니다. 스타벅스의 창립자이자 전 회장인 하워드 슐츠 (Howard Schultz)는 1983년 밀라노를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타벅스 메뉴는 상당수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까페 라테 같은 용어는 현지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한국에는 이탈리아의 커피문화가 미국기업을 통해 변형되어 들어온 것입니다.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본토의 커피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물을 넣고 양을 불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외에도 카푸치노나 카페 라테도 현지의 커피에 비해 양이 많고 풍미가 덜 한 편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차이가 큽니다. 이탈리아의 카페에서는 양이 적은 커피를 서서 단숨에 마시고 금방 나가는 반면, 스타벅스에서는 많은 양의 커피를 앉아서 마시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한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선진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피자집 체인들처럼, 자국의 문화를 따라한 미국 기업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커피가 그렇게 맛있는데 왜 미국 기업인 스타벅스가 돈을 벌었을까요?

유럽은 미국과 완전히 다른 지역입니다. 한국은 미국을 통해 서양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눈에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한 뿌리에서 나왔으니 다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인들이 일본을 통해 동양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국도 일본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미국은 유럽인의 일부가 건너가서 세운 국가입니다.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인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에 수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종교적 박해를 받아 간 사람들도 있지만 주로 아일랜드 대기근처럼 먹고 살기 어려워 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던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노동법이나 최저임금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휴일 없이 하루에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동노동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자본가는 더욱 부유해지고, 노동자들은 일을 아무리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었는데요. 이렇게 되자 많은 유럽의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미국으로 건너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도 같은 상황이었는데요. 특히 산업화가 일찍 시작된 북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농경사회였던 남부에서 집중적으로 미국이민을 많이 갔습니다. (사실 미국 뿐만 아니라 호주,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인이 이민을 많이 간 3대 국가입니다. 호주 커피가 유명한 이유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자국의 커피 문화를 그곳에 전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이탈리아 커뮤니티는 주로 남부출신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이민을 가면서 그곳의 마피아도 같이 미국으로 가는 통에 이탈리아 마피아가 미국에도 자리 잡게 되었지요. 마피아를 비롯한 우리가 아는 이탈리아의 문화는 그래서 거의 남부의 것입니다. 대가족 문화, 마피아, 지중해 식단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이민을 간 사람들이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들의 문화는 본국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은 먹고살기 어려워 이민온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이뤄낸 부유한 국가입니다. 그때 이민 간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해서 고향에 저택도 짓고 금의환향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본토 유럽인들은 이런 사람들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헨리 제임스의 아메리칸을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유럽인들을 동경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왜 인정을 해주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미국의 식당에서 판매하는 이탈리아 음식은 외국인인 제가 먹어도 맛이 있다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추측컨대 처음부터 이 음식을 전파한 이들이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이었고, 거기에 미국사람 다수를 차지한 영국계 아일랜드계 등은 미식과는 거리가 있는 국가 출신입니다. 이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이탈리아 음식에서 향이 강한 재료를 빼거나 적게 쓰고 기름지게 해야 합니다. 즉, 풍미가 강한 이탈리아 음식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밍밍한 맛이 되었고 치즈와 버터를 가득 쓰게 되었습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맛이 강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밍밍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메리카노 (Americano)는 이탈리아어로 미국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이탈리아에서는 약간 비하의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위에 설명한 내용이 함축된 의미입니다. 돈만 많고 문화적으로는 떨어지는 미국인. 음식의 맛도 모르면서 양만 엄청나게 많이 먹는 사람들. 이탈리아에서 관광지가 아닌 지역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속으로 무시하거나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가시스템에서도 미국의 그것을 그대로 이식받은 한국과, 유럽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은 이미 100여 년 전에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인 극심한 빈부격차를 경험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지제도를 갖추었고, 노동자 간의 임금차이를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사기업에서도 연봉협상의 폭이 크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마련한 직종별, 직급별 가이드라인대로 연봉이 정해져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사무직은 임금이 더 낮고, 기술직이나 육체노동자들의 임금은 더 높습니다. 그러니까 직업에 따른 임금 차이가 한국처럼 크지 않습니다. 거기에 교육이나 의료서비스 등은 국가에서 무료나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그러니까 크게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과 반대로 유럽은 큰 정부를 지향합니다. 무슨 분야든 온갖 규제가 많다는 말입니다. 무슨 사업을 하려면 허가도 많이 받아야 하니 돈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러니 유럽인들 특히 이탈리아인들은 웬만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일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힘들고 불편하니 문화가 다른 외국으로는 여행도 안 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나 되어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노령화되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승진하는 것도 싫고 (해봐야 월급은 조금 오르는데 일만 많아지니까), 사업하는 것도 싫고 (지금도 먹고살 만한데 무엇하러 고생하는가), 외국에 가는 건 더더욱 싫습니다. (가족과 친구들하고 떨어지기 싫고 익숙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

그에 반해 프론티어 정신으로 가득한 미국인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고생을 해가며 성공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이것이 이탈리아인이 생각하기에 커피맛이 없는 스타벅스가 성공한 이유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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