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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 중국 코끼리를 어찌할거나?

[칼럼] 저 중국 코끼리를 어찌할거나?

기사승인 2021. 01. 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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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 전 주모로코대사)
박동실 전북대 초빙교수·전 주모로코대사
15년 전 캐나다에서 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할 때다. 1980년대를 온전히 캐나다의 ‘극성스러운’ 미국대사로 이름을 날린 외교관의 회고록 한 구절이 충격적이었다. 미국은 코끼리와 같아서 옆에 있는 캐나다는 미국의 움직임에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끼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칠 수 있으니까. 캐나다의 위상과 전통적 두 나라 관계에 비춰 뜻밖이었다.

순간 명나라와 청나라를 머리에 이고 살았던 조선시대 선조들 생각이 났다. 세상의 판도가 바뀌는 명·청 교체기에 치욕과 회한도 겪었다. 500년이 긴장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중국의 우위를 인정한 책봉과 조공 관계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까.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한 후 이런 관계가 종식됐다. 이후 두 나라는 떨어져 각자 격랑의 한 세기를 겪은 후 1992년 외교 관계를 맺었다. 힘에 의한 현실 정치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국가 주권 동등의 원칙과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이 지배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나 다른 나라를 ‘자주독립국가’라고 부르는 것이 생뚱 맞게 들리는 세상이다.

중국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두고 비판이 많다. 저자세라 한다. 심지어 중국이 한국을 ‘속국’ 대하듯 하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역사적으로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독특했다. 한문과 유교 등 중국 문화의 영향이 너무 컸다. 중국 문화가 우리의 정신과 생활 속에 녹아 있다. 한 세기의 물리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는 한국 외교관의 활동 현장에서도 가끔 드러난다.

개천절 국경일 축하 리셉션에 판소리 공연을 마련한 적이 있다. 준비 과정에서 공연자가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과 적벽가의 한 대목을 부르겠다고 했다. 동포들과 다양한 외국인들이 함께하는 국경일 행사장에서 중국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장면을 소재로 한 판소리를 부른다고 했다. 공연자도 ‘아차’ 하고 수궁가 한 대목으로 바꿨다.

의식적으로 한글을 쓰도록 할 때도 있었다. 특히 중국과의 조약 서명식에서 우리 서명권자들이 꼭 한글 이름으로 서명하도록 신경 썼다. 우리 문화 소개를 위한 한실(韓室)을 꾸미면서 한글 병풍을 찾느라 애쓰기도 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아뜩하기만 하다. 중국의 자매 성(省)을 방문한 어느 도지사가 인사말에서 “200만 도민을 대표하여”라고 말하자 중국 성장이 “1억 성민을 대표하여”라고 답해 깜짝 놀랐다 한다. 이후로는 절대로 숫자를 들먹이지 않게 됐다고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덩치만 큰 코끼리가 아니다. 중국 문화는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많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 말과 글을 귀하게 여기고 다듬어야 한다. 민의의 전당에서 시정잡배의 상스러운 우리말 표현을 쓴다고 국회의원이 장관을 야단치는 모습, 지식인들이 중국 고전에서 괴상한 새해 사자성어를 찾느라 애쓰는 모습, 참 아이러니다. 다행히 이제 많은 중국인이 우리 한류(韓流)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중국에 진 문화의 빚을 조금 갚는 일이며 동시에 중국 문화의 영향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한국이 조선과는 다른 세계 질서와 구도 속에 있고, 또 초강대국 미국을 동맹으로 모셔 놓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중국을 대해야 한다. 중국이 새로운 세상에 나온 지, 그리고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맺은 지 오래지 않은 만큼 미국에 비해 중국을 더 잘 모른다. 더욱이 몸집이 커진 중국 코끼리는 한 발을 밖으로 내뻗으려 하고 동맹 코끼리는 한사코 막으려 한다. 중국 코끼리가 거칠어질 수 있다.

※외부 칼럼은 아시아투데이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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