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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입양부모 교육 단 8시간…1년 지나면 관리중단

[아투탐사] 입양부모 교육 단 8시간…1년 지나면 관리중단

기사승인 2021. 01.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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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관이 양부모 자격 검증
성범죄자도 입양가능
"전문가 투입해 적격성 평가를
사후관리 기간 연장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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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의 입양 절차를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 6일 첫 번째 입장문에서 “입양절차에 문제가 없고, 사후관리도 매뉴얼에 따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아동호보전문기관 등 다른 기관들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홀트 본사./사진=임유진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주먹구구식 입양절차와 사후 모니터링 부족이 비극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따라 입양제도 개선 없이는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양신청이나 교육, 상담 같은 절차는 대게 하루 만에 끝나버려 졸속에 가까운게 현실이다. 아동 입양과정에서 예비 입양부모 교육과정은 단 8시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돼 참여형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정인이 양부모를 만난 횟수는 교육, 상담 등 일곱 번에 그쳤고 양부모 교육은 8시간 만에 끝났다. 반면 미국이나 스웨덴 등 해외 선진국들은 입양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평균 20시간 이상 예비교육을 받고 있다.

양부모 자격 요건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실한 검증 체계 탓에 성범죄자나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입양이 가능한 구조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입양기관 지도점검 결과’에 따르면, 동방사회복지회는 지난 2017년 양부모가 될 사람의 범죄경력 회신서에 기재된 성범죄 경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입양 자격을 갖췄다는 의미의 ‘양친가정 조사서’를 발급했다. 동방사회복지회는 이 일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경고’를 받았다.

홀트는 지난 2015년 양친가정 조사서에 재산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거나 국외입양 아동의 국적취득 결과를 보고하지 않아 ‘경고’를 받았다. 이 두 곳을 포함해 입양기관 5곳이 2015~2019년까지 5년간 받은 행정조치는 3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시정, 주의조치, 경고 등 수위가 낮은 행정조치여서 후속 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하는 입양 절차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민간 입양기관은 입양이 성사되면 정부와 해외 양부모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이러다보니 입양 건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입양인연대는 “입양 전 입양부모적격성 평가와 준비과정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입양 건수에 따라 수수료 이익을 얻는 민간 기관이 입양 부모의 적격성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입양기관의 관리·감독을 비롯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입양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상담과 지원이 필요한 입양가정에 대해서는 사후 관리 기간을 연장해 입양 아동학대 등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현장을 뛰는 사람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사건이 터지면 숙고도 없이 여론만 잠재우는 식으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 나온) 대책을 발표하면 현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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