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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명백한 경계 실패” 인정, 귀순자 잠수복 안 두꺼운 패딩으로 체온 유지

합참 “명백한 경계 실패” 인정, 귀순자 잠수복 안 두꺼운 패딩으로 체온 유지

기사승인 2021. 02. 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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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자, 방수 잠수복 안에 두꺼운 패딩 입어 체온 유지
합참, 초동조치 실패 인정
이벤트 2번이나 울렸지만 경계작전 또 실패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하는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연합
합동참모본부는 23일 강원도 동해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 인근에서 16일 발견된 북한 남성에 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귀순자가 월남 당시 해안감시카메라에 5회 포착됐고, 이에 따른 알람(이벤트)도 두 번이나 있었지만 군이 재빠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실책을 인정했다.

합참은 이날 검열단의 현장조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점의 기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기상은 월광이 15%, 시정 6km, 해수온도는 섭씨 6~8도였다. 바람은 서풍이 강했고 해류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

해당 귀순자는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월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잠수복 안에 패딩 형태의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으며 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특수재질이어서 체온유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또 두꺼운 양말과 모자로 보온조치를 한 점과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강한 해류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월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은 “귀순자는 잠수복 안에 두꺼운 옷을 착용하고 있어 물에 더욱 쉽게 뜰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감시경계용 카메라(CCTV)에 10차례나 포착됐으나 군은 8번이나 놓쳤다. 그나마 2번 알람으로 울린 때에도 초동조치를 하지 않아 경계망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

민간인으로 알려진 귀순자는 어업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으로 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에도 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한 3시간 11분 동안 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소초에서 포착한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이 보고되면서 경계작전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귀순자는 오전 1시40분부터 50분 사이에 해안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철로와 7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해안감시장비에 포착된 것은 감시카메라 4대에서 5회 포착된 것이 전부였다. 특히 두 번의 이벤트가 발생해 초동조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군은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벤트가 작동할 때 울리는 경고음과 팝업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CCTV 분석 결과 오전 4시12분~14분께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는 미상 인원이 3회 포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또한 위병소 경계병이 확인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 “이벤트 2번 발생했지만 조치 미흡… 명백한 실책”

군은 감시장비 최초 포착 이후 3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첫 조치를 시행했다. 근무자가 신원 미상자를 식별해 상황을 보고했고, 해당 부대는 오전 4시 47분께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상황을 보고하고 사단 경계작전이 격상됐다.

군은 GOP 철책 정밀점검과 GOP 이남 종심차단작전 등을 실시했고, 오전 7시27분께 민통 검문소 동북방 100m지점에서 해당 인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해안철책 배수로를 추가로 3개나 발견했다.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상태를 고려하면 해당 남성이 월남하기 전부터 배수로가 부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강화도 연미정에서 발생한 월북 사건 이후 군이 수문과 배수로를 전수 조사하고 보완했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제진 민통소초 북방 7번 도로상에서 미상인원을 최초 식별한 후 사단과 군단이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상황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제대별로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CCTV에서 이벤트가 2회 발생한 것을 놓친 점은 명백한 실책”이라고 덧붙였다.

군은 이번 사건을 통해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 추가로 조사된 배수로와 관련한 수문·군시설 등을 조속한 시일 내에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는 합동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임무수행 상황을 조사하고 시설과 장비 보강 등을 통해 임무수행 능력을 높일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관련한 인사조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 수위 또한 추후 국방부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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