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등 고려 中·俄 배제할 듯
한수원, 지난해 전담조직 구성
현지팀 후원·의료물품 등 지원
탈원전 정책은 경쟁 악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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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다음 달 신규 원전 사업 입찰안내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해 7월 한국전력기술, 한전연료, 두산중공업, 대구건설 등과 ‘팀코리아’ 입찰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한 만전을 기해왔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입찰안내서 발급을 앞두고 체코 내 국익과 국가 안보 등에 대한 정치적 이견이 발생해 중국과 러시아를 입찰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한수원의 수주가 더욱 유력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체코 현지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 원전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다. 원전 사업의 승인과 사업비 지원을 위해선 유럽연합(EU)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EU와 관계가 좋지 않은 러시아 등의 참여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체코 수주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배제된 한국, 미국, 프랑스의 3파전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급 원전 1기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해당 사업비는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사장은 일찌감치 체코 원전 수주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사업 수주를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체코 현지 아이스하키팀 후원과 신규원전 지역 대상 봉사활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의료 물품 지원 등이 그 일환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체코를 직접 방문해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 사장은 체코 신규원전사업 총괄책임자인 야로슬라브 밀 원전 특사와 체코전력공사(CEZ) 경영진을 만나 한국형 원전과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공 사례 등을 설명한 바 있다.
만약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끊겼던 대형 상업 원전 수주의 명맥을 잇게 된다. 탈원전이라는 위기를 기회 삼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신규 원전 건설 발주를 위해 사업 모델, 재원 조달 방안, 사업 일정 등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입찰서 작성과 질의 대응 업무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탈원전 정책이 수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데다 원전 기술을 가진 기업 내 인력이 이탈하는 등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실력은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다만 탈원전을 선언하고 원전 수출에 나선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면서 “원자력 발전소는 한번 설치하게 되면 적어도 70~80년 정도 해당 국가와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판매한 국가로부터 필요할 경우 언제든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탈원전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고 있어 과연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종될 예정인 제품을 사고 싶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