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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명동 큰 손’에게 배운 투자

박현주의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명동 큰 손’에게 배운 투자

기사승인 2021. 03. 0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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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창업 25년, 박현주의 빛과 그림자]
대학교 2학년 때 주식 투자 시작
"우량 자산에 장기 투자" 원칙
사채시장 '백 할머니' 영향
생활비 빌려주고 이자 17% 받은 모친
다양한 독서목록도 경영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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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미래에셋증권 출범 기념사진.박현주 회장(오른쪽)과 최현만 수석부회장/제공=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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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된 월급쟁이로서의 삶이냐, 신념과 고객이냐.’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1997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하면서 했던 고민이다. 당시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이사였던 박 회장은 증권업계 최고 영업맨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최연소 지점장을 시작으로 맡았던 지점을 전국 1등으로 성장시키면서 승승장구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버리는 자기파괴 과정이 필요하다’는 박 회장의 지론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의 투자 원칙과 경영 철학 등은 미래에셋을 창업하기 전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 독서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박 회장이 주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79년 대학교 2학년 때다. ‘자본시장의 발전 없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 박 회장을 주식시장으로 이끌었다. 박 회장은 대학시절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받아 생활했는데 이 생활비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증권 1번지였던 명동 증권 객장을 기웃거리며 투자를 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의 주식 투자 경험은 박 회장의 시각을 정립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다수로 가는 길로 가면 큰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수의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우량자산에 장기투자한다’는 투자원칙은 과거 명동 사채시장의 큰 손으로 알려진 ‘백 할머니’ 백희엽 씨의 영향을 받았다. 백 할머니와의 인연은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대학원생이던 박 회장은 일면식도 없던 백 할머니를 찾아가 주식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백 할머니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하고 증권사, 기업 탐방 때도 동행하면서 투자관을 배웠다. 백 할머니가 우량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박 회장의 투자 원칙도 우량자산에 대한 장기투자로 정립됐다.

돈에 대한 관념은 어머니로부터 배웠다. 초임 지점장 시절 돈이 부족했던 박 회장은 어머니께 1년 간 생활비를 빌린 적이 있다. 어머니는 남에게 빌린 돈이니 꼭 갚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연 단위로 환산했을 때 17%에 달하는 이자를 내곤 했다. 사실은 어머니의 돈이었지만, 남의 돈을 쓰는 무서움을 알게 하기 위해 박 회장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1986년 동양증권의 영업책임자였던 이승배 상무도 박 회장에게 중요한 인물이다. 27세에 투자자문사를 세우고 성과를 내고 있던 박 회장은 여러 증권사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절했다. 이 상무는 당시 증권 영업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주목받고 있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의 밑에서 배우라’는 지론에 따라 당시 영업업계의 톱이던 이 상무를 찾아간 것이다. 박 회장은 이 상무 밑에서 근무한 1년간의 경험으로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영업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점장 경험은 미래에셋을 경영하는 토대가 됐다. 부실 점포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던 박 회장은 50여명이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직원 훈련에 집중했다. 당시 직원들은 늦은 밤까지 공부하며 야근을 했고, 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25명의 인원으로 전국 1위 점포로 올라선 것이다. 이 경험은 박 회장이 조직 구성원 역량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재를 중요시하는 계기가 됐다.

독서는 박 회장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독서’라고 언급할 정도로 박 회장은 책을 탐독했다. 청소년기에 읽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헨리 키신저 자서전’, ‘카네기 자서전’ 등은 박 회장이 직접 조직을 만들어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했다. 대학시절 읽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박 회장이 미래학 서적들을 찾게 만들었다. 이는 미래 트렌드를 남들보다 빠르게 알아챌 수 있는 박 회장 선구안의 배경이다. 박 회장은 단순히 금융업과 관련된 서적들만 찾지 않는다. 시집이나 수필, 자연 환경에 관한 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는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가는 길은 국내 자본시장에 사례가 없던 터라 벤치마킹 대상 없이 늘 제로베이스에서 전략을 짜야 했다”며 “장기 트렌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박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제3의 물결’을 포함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할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망하는 ‘플랫폼 레볼루션’, 방대한 자료와 조사분석을 통한 전략 등을 제시하는 ‘굿 투 그레이트’, 인류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을 제시하는 ‘노화의 종말’ 등을 추천 도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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