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브랜드 이미지 상승 노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경쟁력 바탕
테슬라 이은 美 시장 2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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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 18만8293대 중 88.8%인 16만7259대가 현대차·기아의 몫이었다. 이 중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 포함) 수출은 총 3만283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4%나 늘었다. 특히 전기차는 1만2172대로 17.6% 상승했다.
전기차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5년간 8조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계획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의 잠재력이다. 메리츠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130만대, 미국은 33만대에 불과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뛰어넘는 전기차 생산·판매를 목표로 하면서 약 200조원의 정부 예산 지출이 결정됐다. 그렇게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는 게 현대차의 목적이라고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약 7000대 수준의 전기차를 팔았다. 테슬라의 20만6000대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그런 현대차가 과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현지 점유율이 테슬라에 이어 2위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차질을 빚고 있지만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5와 EV6는 이미 양산에 들어갔고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테슬라·GM·폭스바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쟁사들은 파생 플랫폼에 불과해 현대차와 같은 전용 플랫폼 전기차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미미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특히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를 보유한 업체는 테슬라와 GM, 포드, 닛산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카’를 외치며 자국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은 각종 무역장벽을 깰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현대차가 과거 앨라바마 공장을 설립하며 얻은 가장 큰 효과는 브랜드 신뢰도의 상승이다. 미국 소비자는 ‘Made in USA’ 현대차에 신뢰를 보냈고 브랜드 이미지는 현지 고용, 지역경제 효과와 더불어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이미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톱티어 기업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갖추고 있어 현지 공급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지 생산이 이뤄진다면 애플과 구글 등 현지에 다양한 거대 IT기업, 즉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 역시 높아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로보택시 등 미래차 영역에서 현대차가 손잡고 벌일 사업이 많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이미 엔비디아 및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협업하면서 경쟁력을 내재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UAM, 자율주행, 로보틱스, 수소연료를 활용한 사업도 추진된다. 이미 현대차는 국내에서 더딘 UAM 사업을 미국법인을 통해 M&A 및 실증, 인증 등에 나서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