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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개혁 시급하다

[홍석빈 칼럼]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개혁 시급하다

기사승인 2021. 06.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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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경제학)
학생 개개인 자아실현 돕는 게 교육 책무
학생 스스로 다양한 가능성 찾게 지원해야
디지털 전환시대, '인간 얼굴을 한 교육개혁' 절실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경제학)
1980년대 말 스무 살 대학 신입생. 비록 시국은 엄중했지만 새내기 대학생이었던 필자의 마음 한구석엔 ‘낭만’의 공간이 담겨 있었다. 절망보다는 희망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었던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 세상을 향한 여정의 기대를 품고 읽었던 책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작가 트리나 파울루스(Trina Paulus)는 ‘더 나은 삶, 진정한 혁명’을 꿈꾸라고 젊은이들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삼십 몇 년이 훌쩍 지난 오늘,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뒤엉킨 채 학기 말을 맞은 강의실에서 ‘이 나라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각자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정한 혁명을 꿈꾸며 사는 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런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상, 그런 시대를 나 같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고는 무슨 헛소리인가’ 하는 생각에 실소(失笑)가 나왔다.

시대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는 ‘백년지대계 교육개혁’이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어 왔다. 하지만 교육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의 삶과 행복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그동안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무엇인가? 사교육 열풍에 휩싸인 지옥과 같은 입시 경쟁과 취업 전쟁의 아수라에서 우리 아들딸들은 영혼이 파괴된 시험용 좀비가 돼 오늘도 학원 앞에서 혼밥을 먹어야 하는 웃픈 현실에 처해 있다.

학생 개개인 자아실현 돕는 게 교육 책무

교육의 책무 중 으뜸은 학생 개개인의 자아 실현을 돕는 것이다. 각자 다르게 태어난 기질과 능력, 소질대로 그들의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회공동체가 교육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제정해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했다. 이후 현재까지 모두 24차례의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선 공약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은 하세월이다. 추후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면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

첫째, 기성세대의 바람대로가 아닌 학생 입장에서의 필요를 파악해 정책화하길 바란다. 부모세대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소유가 아닌 그 자체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부모는 들을 준비가 다 돼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경우 아전인수 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를 부모의 위신을 높이는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한다. 자녀가 다니는 대학과 직장이 어디냐가 기준이 아니라 자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행복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다.

학생 스스로 다양한 가능성 찾게 지원해야

둘째, 잦은 교육제도 변경을 통해 학생들을 정책실험의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노엽게 하지 말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장기 비전과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학생의 소중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을 돕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탁 트인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길을 열어주고 안내하는 교육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해 주는 내용이 부족하고 하나의 롤모델을 전제로 내가 아닌 남처럼 돼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교육당국은 각급 학교가 연령별 학생들 저마다의 타고난 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영화 ‘쿵푸 팬더’에서 스승처럼 되고 싶다는 제자 푸에게 사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나로 만들려는 게 아니야. 나는 너를 너로 만들려는 거지.”

마지막으로 가르침 최후의 보루는 학교도 정부도 아닌 바로 학생의 집인 가정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잊지 말자. 평소 식구가 아닌 남들처럼 바삐 살다가 무슨 ‘특별한 날’을 택해 자녀를 교육하는 비정상의 상황이 아닌 그야말로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녀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정상이 회복되면 좋겠다. 디지털 전환시대를 맞아 딱 하나만 개혁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교육개혁’이어야 한다.

※ 외부 필진 칼럼은 아시아투데이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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