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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노동자 ‘인권보호’ 기대 모은 獨공급망법‘..뚜껑 열어보니 ’종이호랑이‘

亞노동자 ‘인권보호’ 기대 모은 獨공급망법‘..뚜껑 열어보니 ’종이호랑이‘

기사승인 2021. 06. 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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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공장
재봉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재단 노동자들. 아시아 개발도상국에는 긴 노동시간과 적은 임금 조건으로 유럽 대형 패스트패션 체인에 의류를 납품하는 수십만 명의 재봉 노동자들이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일 연방의회가 자국 기업의 해외 하청 및 납품업체에 대한 인권·환경 기준 준수를 의무화하는 공급망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법 적용 범위와 인권 보호장치가 축소되고 처벌 기준이 낮아지면서 본래 법안 발의 취지에는 못 미치는 ‘종이호랑이 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앞으로 독일 기업은 공급업체의 인권과 환경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연방의회가 자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개발도상국 노동자 인권침해 및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법을 최종 통과시켰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급망법 합의는 이번에 개회한 독일 연방의회에서 가장 격렬하고 긴 논쟁 과정을 거쳤다. 게르트 뮐러 연방 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은 논쟁 중 방글라데시 섬유 공장이 무너지면서 근무중이었던 노동자 36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라나 플라자’사건을 상기시키며 “두 번째 라나 플라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ARD 측은 “기대를 모았던 공급망법은 협상 과정에서 ‘발톱’과 ‘이빨’을 모두 빼앗겼다”며 “뮐러 장관과 후베르투스 하일 연방 노동부 장관이 공동 발의한 이 공급망법의 최종 내용이 그들이 달성하기 원했던 본래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고 결과물은 ‘고전적인 타협’에 머물렀다”고 평했다.

공급망법은 2023년부터 직원이 3000명 이상인 회사에 적용되며 1년 후부터는 직원 수 1000명 기준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인권 위험성과 더불어 수은 및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로 인한 건강·환경 위험을 실사하고 예방·개선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해당 활동을 보고할 의무도 있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은 무거운 벌금을 물거나 공급망 운영이 금지될 수 있다. 모든 과정은 연방 경제 및 수출감시국인 BAFA에 의해 감시된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애초에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이 지나치게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 정부 계산에 따르면 첫 1년간 공급망법에 적용되는 기업은 900개가 조금 넘으며 1년 후부터 추가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을 합쳐도 약 4800개 수준에 머무른다. 우베 케케리츠 연방 하원의원은 “이 정부는 모든 기업에 대해 동일한 기본규정을 적용시키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독일 기업이 하청·납품 업체로 이루어진 긴 공급망 네트워크 중 첫 번째 직접 계약 파트너에 대해서만 법적 책임을 지도록 제한한 부분과 인권 침해에 대한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공급 업체에 개입할 수 있도록 수정한 부분 역시 지적받고 있다. 예를 들어 공급망법 규제 대상에 해당되는 독일 회사라도 공급 업체의 코코아 공장에서 어린이들이 노동에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확인한 상황에서만 조치할 의무가 있다. 공동 발의자인 뮐러·하일 장관이 초안으로 명시했던 독일 기업에 대한 민사 책임 내용도 최종 법안에서는 삭제된 상태로 통과됐다.

반면 법안 발의부터 “공급망법은 전 세계 시장에서 독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던 연방 고용주협회(BDA)는 최종 통과된 내용에 대해 여전힌 ‘과도하고 불필요한 법’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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