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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고발자 작성자 아닌 지시자?…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입증 가능할까

손준성, 고발자 작성자 아닌 지시자?…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입증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1. 09. 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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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작성·전달 등이 '의무 없는 일' 해당해야…'직무상 권한' 범위도 모호
직권남용 '당한' 동시에 '가한' 사람 될 수는 없어…대검 간부 감찰 겨냥한 듯
공수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손 검사가 다른 검사를 시켜 여당 의원 고발장을 작성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단순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고발장 작성을 다른 이에게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9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손 검사를 직권남용 혐의 상대방이 아닌 피의자로 기재했다. 문제의 고발장을 손 검사가 아닌 제3의 검사가 작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손 검사가 다른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이나 전달을 시켰다’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혐의 입증을 위해선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할 만큼 법원의 유죄 판단 잣대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형법 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성립된다.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다 직무상 권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고, 권한의 남용이 실제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했는지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손 검사가 고발장에 적시된 내용의 자료수집을 제3의 검사에게 시켰는지 △이를 토대로 고발장 작성을 시켰는지 등이 입증돼야 하며 △이런 행위가 수사정보정책관실 업무와도 관련이 있어야만 직무상 권한 내의 행위로 볼 수 있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손 검사의 권한 남용과 실제 고발장 작성 사이의 인과 관계도 증명돼야 한다.

이처럼 직권남용죄는 구성 요건이 복잡한 탓에 국정농단·사법농단 연루자 등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됐음에도 담당 재판부마다 엇갈린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공수처가 윤 전 총장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상황이어서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지시를 받은 직권남용의 상대방이면서 제3의 검사에게 직권을 남용한 가해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수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손 검사가 받는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 중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로 한정돼있다.

A변호사는 “직권남용죄 자체가 모호한 내용으로 구성돼 정치적 반대파를 단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있었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혐의 적용이 쉽지 않더라도, 손 검사가 대검 중간 간부였던 만큼 당시 대검 간부들에 대해 감찰을 진행할 명분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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