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기관별 산발적 수사가 진상규명 막아…수사력만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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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사건분석조사담당관실은 전국철거민협의회가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고발한 사건에 대해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한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 곽모씨(31)가 화천대유에서 뇌물성으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며 곽 의원과 아들 곽씨를 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문제는 비슷한 사건을 검찰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검사 등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별도 수사팀을 꾸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민혁명당이 곽 의원과 아들 곽씨, 박영수 전 특검, 원유철 전 국민의힘 의원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이 지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곽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을 고발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회의원은 공수처법상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수처가 곽 의원을 입건할 경우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경찰 역시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또 이날 오전에는 한 시민단체가 이 지사 등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천대유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과 관련해 비슷한 내용의 고발이 각 수사기관에 접수되면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할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대상과 주체를 놓고 수사기관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은 수사대상에 제한이 없다. 반면 수사지휘권으로 경찰을 통제하던 검찰은 수사주체를 단일화하기도 어렵다.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이 6대 중대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등으로 한정된 점도 문제다. 검찰은 화천대유 의혹을 6대 중대범죄 중 하나인 경제범죄로 판단하고 수사하고 있지만 현직 국회의원 등 고위직들이 연루돼 있어 공수처와 수사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일부 고위공직자의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이 있다. 도지사는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만 의혹이 벌어질 당시 이 지사의 직책인 성남시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화천대유에 개발이익 배당이 경기지사 재직 때 이뤄졌다는 점,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 등 전직 고위 법조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수사 주도권을 가져올 여지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수사기관간 권한과 이해관계 때문에 수사력이 분산되고 결과적으로 진상규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