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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칼럼] 방사청 ‘지체상금 공화국’ 불명예 개선을 위한 제언

[문근식 칼럼] 방사청 ‘지체상금 공화국’ 불명예 개선을 위한 제언

기사승인 2021. 10.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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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문근식 경기대 교수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방위사업청이 올해로 개청 15돌을 맞았다. 방사청은 그동안 방위산업 컨트롤 타워로서 자주국방 기술역량 구축, 방산물자 생산·수출, 납품비리 척결 등에 꾸준히 역할을 해 왔다. 자주국방 기술역량 구축 분야에서는 현무시리즈 미사일, 이지스 구축함, 3000t급 잠수함, 수리온 헬기, FA-50 경공격기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은 전투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KF-21 전투기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제 위성 등 우주장비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사실상 지·해·공 전 분야에서 자주국방 역량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무기 수출 분야에서도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간 세계 9위를 기록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렇게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요즘 방사청이 얻은 불명예스런 별명이 있다면 ‘지체상금 공화국’이다. 사단 무인기 사업은 총 사업비 4000억원에 지체상금이 2077억원, 3000t톤급 도산 안창호함은 총 사업비 9548억원에 지체상금 958억원, K-2 전차 사업은 총 사업비 9000억원에 지체상금 1058억원, 현궁 사업은 총 사업비 9700억원에 지체상금이 160억원 등이다. 지체상금을 액면 그대로 납부하면 경영상의 심각한 위기를 겪는 기업이 태반이다. 지체상금 부과 규모와 관련한 소송 건들을 종합하면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 한다. 그러기에 방위산업은 잘해도 본전을 못한다는 말이 나오며 이제는 방위산업을 접겠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방위산업 생태계를 관리하고 진흥시켜야 할 방사청이 오히려 지나친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바람에 방산업체들이 방위산업 진출을 포기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방사청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업 관리다. 사업 관리의 핵심은 요구성능(ROC)을 충족케 하고, 사업 기간 내 해당 군에 납품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위사업 납품비리로 홍역을 치른 2015년 이후로 지체상금을 부과 받지 않고 해당 군에게 무기체계가 인도된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방위사업관리 규정에 총 사업비의 20%를 초과 땐 사업타당성을 재검토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관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개발 사업은 끝까지 진행되고 지체상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는 근본적으로 방위사업 관리의 부실이 야기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끝나면 지체상금만 받아내면 된다는 방사청의 안이한 태도는 실로 무책임하다. 갖은 고초를 겪으며 무기체계 개발에 힘써온 방산업체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기업으로부터의 지체상금도 모두 국민의 세금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불어나는 지체상금의 주요 원인은 시험평가 지연에 있다고 하며, 또 선진국과는 달리 무기개발 사업에서 성실수행인정제도가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규제 혁파를 위한 규정이 또 다른 규정을 만들어 오히려 복잡해지기만 하고 효율성은 최악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예로 방산 납품 비리를 잡기 위해 방사청에 파견된 현역 검사들의 역할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의 GFP(Global Firepower)는 2020년 세계 군사력 평가에서 한국을 6위로 평가했다. 평가지수가 다소 객관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평가 결과는 국가의 경제력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수준과 연동돼 나타난다. 한국의 방위산업도 그에 걸맞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체상금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방사청이 ‘지체상금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군수품 조달관리규정을 방산업체들이 개선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특히 방사청은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한 문제까지도 원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협력업체의 과실로 인한 납기 지연에 해당되면 체계업체에는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납품 지연을 발생시킨 해당 품목에 대해서만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징벌적 성격이 강한 지체상금제도를 개선할 때 방산업체가 경영상 부담을 덜고 활발한 무기체계 연구개발 활동에 전력할 수 있다.

둘째, 무기체계 소요 제기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요구성능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부담이 큰 초도품·시제품은 성실수행인정제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 또 개발업체가 개발을 성실히 수행했지만 사소한 결함으로 지체가 발생하면 지체상금을 과감히 면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다. 미국과 독일, 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처럼 일단 무기체계를 인도하고 난 이후 실전 배치와 운용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질 때 방산업체들이 고도의 기술력과 관리력이 필요한 무기체계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고 이것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업체의 지체상금 민원에 대해 신속한 행정처리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업체가 지체상금을 납부한 후에도 옴부즈만과 소송 등의 행정처리를 취하기 때문에 과도한 행정력이 소비되고 지체상금 관련 행정 절차가 무기개발 절차 이상으로 복잡하다. 또 청렴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방사청이 업체에 소송제기를 요구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과 시간은 모두 업체 몫이 돼 이중·삼중의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방사청은 민·관·군·학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체상금 개선 방안을 마련해 ‘지체상금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방위산업 생태계를 살리고 자주국방과 국민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하는 길이다.

※외부 칼럼은 아시아투데이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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